님은 얼마나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나요? 지난주 미술학원에 가서는 구름을 그렸어요. 전 일을 끝내고 저녁 시간에 그림을 그리러 가는데, 낮엔 주로 어린 아이들이 온대요. 그림 선생님은 앞 시간에 아이들이 그린 구름 그림을 보여주었어요. 구름을 바라본 감상도 함께요. 여섯 살 난 한 꼬마는 하늘에 떠 있는 “기뻐하는 구름”이 “엄마 아빠를 좋아하는 사랑 느낌”이라고 말했대요. “좋은 사랑의 향기가 나는 것 같”다고. 그 꼬마의 또렷하고 선명한 구름 이야기에 폴짝 뛰어들자 제 마음도 향기로워졌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보유한 지금은 상상하기 어렵지만 ‘가정용’, ‘개인용’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건 1980년대의 일입니다. 컴퓨터 학원에 가면 매킨토시(Macintosh)와 코모도어 64(Commodore 64) 같은 8비트 컴퓨터가 대부분이었죠. 오늘날 기준으로 보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기계였지만 나름 그림도 그리고 게임도 할 수 있었습니다. 8비트 게임이 낼 수 있는 소리는 다양하지 않습니다. 기껏해야 겨우 구분 가능한 ‘삐’ 소리 몇 개가 전부. 하지만 모스 테크놀로지 칩을 장착한 코모도어 64의 소리는 달랐습니다. 제법 다채로운 소리를 낼 수 있었죠. 게임 음악 작곡가들에게는 꿈같은 기계였을 겁니다. 여전히 8비트의 한계를 넘을 수는 없었지만 작곡가들은 이러한 제약에도 불구하고 창의성을 불태웠습니다. 예컨대 인더스트리얼 테크노의 영향을 받아 작곡된 코모도어 64 게임 〈슬립스트림〉(Slipstream)의 음악은 신나는 EDM을 연상케 합니다. 최신 기계를 사용해 만든 EDM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지금 들어도 매력적인 음악입니다. 들어 보세요. 〈슬립스트림〉 OST의 작곡가가 코모도어 64가 단종된 후에도 EDM을 작곡하는 데 이 기계를 계속 사용한 이유를 납득할 수 있습니다. 브리지워터의 논문을 읽으면서 “비디오 게임 음악이라는 건 더 이상 없다”고 주장한 미디어 학자 로드 먼데이(Rod Munday)의 말이 떠올랐습니다.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했던 1990년대 중반 이전까지의 작곡 환경은 역설적으로 비디오 게임 고유의 미학을 탄생시켰지만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난 오늘날, 영화 음악과 구분되는 비디오 게임만의 음악은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그러고 보면 창의성은 부분의 합보다 큰 전체를 강하게 열망할 때 발휘되게 마련입니다. 그건 음악도 연구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을 되새기며 일독을 권합니다.

무릇 음악학의 수 많은 재미(😊) 중 하나는 어떤 작품을, 그 작품이 처해 있는 문맥 안에서 깊이, 더 깊이 ‘들어’(聽)내는 것 아닐까 싶어요. “음악을 그저 즐기고 느껴야지 뭘 ‘깊이’ 들어?” 혹시 이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이 논문을 한 번 읽고 나서 저자가 다루고 있는 헨델의 오라토리오 《삼손》(Samson, 1742)에 나오는 아리아 “개기일식”(Total eclipse)을 들어보면 어떨까요? 이 아리아는 머리카락을 잘려 힘을 잃고 심지어 눈까지 멀게 된 삼손이 자신의 실명을 개기일식에 비교해 부르는 노랩니다. 논문은 먼저 실명을 개기일식에 비유하는 전통을 추적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개기일식에 대한 과학적 이해가 달라지면서 가사에도 이러한 점이 반영된다는 것을 보여주죠. 이쯤만 해도 무척 재미있는데요. 논문의 진짜 핵심은 그러한 이해가 어떻게 음악으로 드러나는지를 알려주는 겁니다. 음악에서 나타나는 불협화음과 선율적 도약, 뜻밖의 조성관계, 이명동음 같은 것들이, 그저 음악적 기교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개기일식에 대한 당대의 새로운 이해, 그 이해에 바탕을 둔 실명에 대한 은유, 그리고 그 은유 속에서 드러나는 주인공의 마음을 묘사하는 데 아주 유용하게 사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거죠. 그 과정에서 조율을 포함한 당시 음악 이론과 실제가 조금씩 실체를 드러냅니다. 그저 음악 한 곡 잘 감상하려 했는데, 이건 뭐, 아예 그 시대를 통째로 만나게 되는 셈입니다. 준비되셨어요? 개기일식을 소리로 들을 준비요.

오늘날 현대음악 씬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활동들은 기존의 전자음악, 실험음악, 프리 재즈 등의 장르적 의미가 가지고 있었던 경계들의 의미를 무색케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음악들은 어떻게 분석되고 평가될 수 있을까요? 이 논문은 한국과 일본의 즉흥연주 씬에서 벌어지는 실험적 소리들을 다룹니다. 1990년대 후반 도쿄에서 몇몇 음악가들은 각종 전자 장비와 실제 악기들을 가지고 즉흥연주를 시작했고, 그들은 이 음악에 온쿄(onky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2006년부터 서울에서는 진상태를 중심으로 닻올림(Dotolim) 시리즈가 실험적 즉흥음악 연주회를 선보이기 시작합니다. 논문의 저자는 2010년 진상태와 홍철기, 그리고 온쿄와 관련된 일본 음악가인 테츠지 아키야마(Tetuzi Akiyama)의 즉흥 연주 작업을 라이브로 담아 발매한 음원을 중점적으로 분석합니다. 이들의 연주에서는 어떤 소리적 제스처와 텍스처가 사용될까요? 그리고 그것은 이들의 즉흥 작업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저자는 이들의 음악이 어떤 청취 방식을 유도하는지, 다양한 소리들의 조합이 음악의 제스처, 또는 텍스처와 어떤 관계를 만들어내는지 등을 살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