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스러운 마주침
일본 나오시마 섬에 가면 안도 다다오의 탁월한 건축물 지중미술관이 있습니다. 거기에선 클로드 모네, 제임스 터렐, 월터 드 마리아 단 세 작가만의 작품을 볼 수 있어요. 지난주 일본을 여행하면서 이곳, 지중미술관에 다녀왔답니다. 여기서 전 오래도록 기억하고야 말 경험을 했어요. 건축과 공간과 미술 작품의 황홀한 조화가 근사한 예술적 체험을 안겨 주었거든요. 지중미술관에서 다다오의 건축과 미술품은 분리될 수 없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었어요. 이를테면 모네의 그림을 보기 위해서는 어두운 복도를 지나야 했어요. 컴컴한 길을 꺾어 들어가 벽을 돌아 나가자 눈부신 태양빛이 쏟아지는 전시장 안에서 모네의 〈수련〉이 신성한 아우라를 내뿜고 있었어요. 자연 빛을 반사하는 새하얀 벽 한면을 오롯이 차지하는 거대한 자태와 함께요. 컴퓨터 화면이나 문구점 포스트 카드로 수없이 봤을 그 모네가 다다오의 건축 구조와 만나자 거룩한 기운으로 순식간에 제 몸을 감쌌어요. 그 순간 전 하염없는 무력감에 휩싸이고 말았답니다. '예술 작품이란 바로 이런 거다' 같은 말을 하고 싶은 건 아니에요. 우리는 살면서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이렇게 예술적 체험을 하잖아요. 미술관이나 콘서트홀이 아닌 곳에서라도요. 그 순간순간의 마주침과 기억들이 우리 삶을 더 풍요롭게 하는 게 아닐까요? 여러분의 삶을 채워준 마주침들은 무엇인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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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혜언
18세기 오페라의 문화적 패치워크: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을 중심으로
마르투치의 서정시 《기억의 노래》의 데카덴티즈모 특성 연구
스크리아빈의 《법열의 시》에 나타나는 순환과 그 의미
한국 역사를 재현한 서양과 한국 작곡가들의 21세기 예술음악 비교 연구: 세월호 사건과 일제강점기를 중심으로
경상북도 도립교향악단의 유튜브 계정 분석 연구: 현황 파악과 운영 방안을 중심으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EDM)의 쾌락의 의미에 대한 문화연구적 해석: 손튼의 1980-90년대 영국 레이브 및 클럽 컬쳐 연구를 중심으로
C♯'s PICK
이 논문의 제목을 보고 좀 당황했어요😮 글루크라는 작곡가도 익숙하고, 그가 했던 오페라 개혁도 낯설지 않아요. 음악사 시간에 중요하게 다루는 내용이니까요. 하지만 "'패치워크'patchwork라니! 이건 뭐지?" 하는 궁금증이 이 글을 읽게 했습니다. 익숙한 것을 익숙하지 않은 '관점'으로 보는 건 늘 흥미로우니까요. (제가 성수동 Point of View 앞을 늘 서성거리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요?😋)
저자는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을 단순히 양식상의 변화로 여기는 건, 18세기를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거라고 봅니다. 이 시기 유럽은 그 내부에서 자라난 새로운 생각(예컨대 계몽주의)뿐 아니라 외부에서 유입된 새로운 관점(중국이나 터키)이 마구 뒤섞인 복잡한 장소였다면서요. 그러면서 저자는 이전까지 음악사가 글루크의 오페라 개혁을 단순히 양식사로만 혹은 유럽의 오페라 세리아 역사 내부의 변화로만 이해했다면, 이제는 이 복잡한 18세기의 문화적 변화 속에서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패치워크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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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패치워크입니다. 네, 맞아요. 다양한 천 조각을 이렇게 저렇게 기워 놓은 조각보 같은 거, 그거요. 저자는 문화를, 그리고 18세기 글루크의 오페라를 그렇게 봐야한다고 주장합니다. 다양한 문화적 요소의 만남을 서술하던 혼종hybrid이나 융합 대신 이 용어를 가지고 다시 한번 18세기와 오페라 개혁을 바라보자고 제안하는 거죠. 어떤가요? 익숙한 역사적 사실을 낯선 관점으로 보자고 제안하는 초청에 응해보시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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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s Lost and Found: Katherine Philips's 'Pompey's Ghost'
From 'L'Orlando Furioso' to 'Roland': Lully and Quinault Reading Ariosto
Transformation or Conformation? The English Broadside Ballad and the Playhouse, 1797–1844
Jewish Difference and Recovering 'commedia': Erich W. Korngold's 'Die tote Stadt' in Post-First World War Austria
EDITOR'S CHOICE
Reading Creativity Forwards and Backwards: Process and Product Revisited with Herbert Von Karajan's Legato Aesthetic and Hypermasculinity
C♯'s PICK
📌 Adam Behan
Reading Creativity Forwards and Backwards:
Process and Product Revisited with
Herbert Von Karajan's Legato Aesthetic and Hypermasculinity
한때 클래식 음악을 듣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이름,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Herbert von Karajan, 1908-1989. 이 논문의 1️⃣ 첫 번째 주인공은 카라얀이고, 2️⃣ 두 번째 주인공은 그가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함께 녹음한 슈만의 교향곡 4번 녹음(1968)입니다. 논문이 향하고 있는 지점은 '카라얀이 어떤 방식으로 슈만을 읽어냈는가'라기 보다는, 하나의 녹음본을 만들어 내기까지의 인류학적 과정입니다. 저자는 음원을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그 결과물에 담긴 데이터들을 '역으로backwards' 추적하는 일도 하지만, 이 곡 전체 리허설이 담긴 영상을 분석하면서 그가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지, 그 과정을 '앞으로forwards' 추적하기도 하죠. 저자가 슈만의 교향곡 4번을 선택한 이유도 이 영상이 카라얀의 리허설을 처음부터 끝까지 담고 있는 유일한 영상 자료라는 점 때문이기도 합니다. 시각 매체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던 카라얀이 여러 스타 감독들과의 작업을 통해 카메라의 앵글, 각도, 조명 등을 배우던 시기의 이야기부터 스스로 영상 편집에 관여하고 소리에 자신의 이미지를 덧붙이는 작업, 그리고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가는 과정 등의 이야기들이 흥미롭게 펼쳐집니다✨
📌 빈 심포니 오케스트라 - 슈만 교향곡 4번 (카라얀, 1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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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eanor J. Giraud
Differentiating Hands in Square Chant Notation
Constant J. Mews
Jerome of Moray: a Scottish Dominican and the Evolution of Parisian Music Theory 1220–1280
Justin Lavacek
Hidden Colouration: Deep Metrical Flexibility in Machaut
C♯'s PICK
Hidden Colouration:
Deep Metrical Flexibility in Machaut
음악 듣기를 즐기고 음악에 관한 연구에 관심이 많은 우리 C♯레터의 구독자분들이라면, 아르스 노바Ars Nova라는 말을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한때 '새로운 예술'로 번역되기도 했지만, 사실은 리듬과 기보의 기법에 관한 것이니 '새로운 기술'이라고 해도 무방하죠. 이 논문에서 저자는 중세 시대의 중요한 작곡가 기욤 드 마쇼Guillaume de Machaut, c. 1300-77의 모테트 몇 곡을 선택해 분석합니다. 그리고는 마쇼의 모테트에 나타난 다양한 리듬 층위에서 하나의 음가를 세 개로 나누는 완전 등분perfect과 두 개로 나누는 불완전 등분imperfect이 동시에 유연하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합니다🕵️ 나아가 음악의 표면을 구문 분석하면서 선험적 측정법이 아니라 음향, 종지, 형식적 측면을 허용해 각 작품의 유동적이고 고유한 박자 그룹의 구조를 드러내는 데 성공하지요. 이렇듯 이 논문은 대위와 화성의 불가분 관계로 나타나는 마쇼 음악의 운율을 강조합니다. 그 결과 운율적 대위법이 마쇼 음악 언어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도울 수 있다는 점을 밝히는데요. 이렇게 보니 마쇼가 이전 작곡가들을 음악적으로 넘어서는 여러 시도를 하면서 아르스 노바를 이끌었던 탁월한 작곡가였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분명해지는 것 같아요. 이런 게 음악사를 배우는 재미이자 음악사 논문을 읽어야 하는 이유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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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Empathizing and Music Systemizing Are Associated with Music Listening Reward
Children's Sensitivity to Performance Expression and its Relationship to Children's Empathy
Musicians Can Reliably Discriminate Between String Register Locations on the Violoncello
You Can Tell a Prodigy From a Professional Musician: A Replication of Comeau et al.'s (2017) Study
Emotions, Mechanisms, and Individual Differences in Music Listening: A Stratified Random Sampling Approach
C♯'s PICK
You Can Tell a Prodigy From a Professional Musician:
A Replication of Comeau et al.'s (2017) Study
어느 분야에서든 천재, 그중에서도 신동을 만나는 일은 경이롭습니다😲 '클래식' 음악계 종사자라면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보니 조금 무뎌지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만 성인 못지않은, 때론 그 이상의 연주력을 발휘하는 어린 음악가들을 보면 그 천재성이 십분 발휘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기를 기원하게 됩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어린 천재, 그러니까 신동의 연주는 정말로 성숙한 성인 연주자의 그것에 버금가는 것일까요? 이를테면 둘의 연주만 듣고 어느 쪽이 성인 연주자인지 판단할 수 있을까요? 다소 엉뚱해 보이는 질문이지만 이를 실제로 검증하려는 다양한 실험이 있습니다🕵️ 예컨대 신동의 연주는 기본적으로 성인 음악가의 연주와 구분할 수 없다는 Feldman(1993)의 주장에 근거해 Comeau와 동료들(2017)은 피험자에게 신동과 성인의 연주를 들려주고 어느 쪽인지 판단하게 합니다. 결과는 정답률 54.6%. 이쯤 되면 의미 없는 것 아닌가 싶지만 피험자 수가 적다는 약점이 있었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Pausch와 동료들은 피험자 수를 대폭 늘리고 변수들을 더 정교하게 통제해 Comeau와 동료들의 실험을 재현합니다. 결과는? 정답률 53.7%로 이전 연구와 별 차이가 없었습니다. 정리하면 5할이 조금 넘는 확률로 신동과 성인의 연주를 구분할 수 있지만 쉽지 않다는 것. 하긴 이 정도는 되어야 '신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Pausch와 동료들의 최신 연구는 현재 저널 홈페이지에서 무료로 제공되고 있으니 얼른 받아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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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Issue on Jazz Diasporas
John Whiteoak
Critiquing the "What Is Jazz" Puzzle in a Diasporic Setting: "Jazz-Related" Performance and Patronage in Australia before "Jazz"
"Filipino Seekers of Fortune": Jazz as Labor in 1920s Colonial Asia
The Birth of Porto's Jazz Scene: Culture, Spaces, and Networks
Presenting the Studio on Record Covers: Changing the Understanding of Swedish Jazz Records
The (New) Awakening of Soviet Jazz Culture in the 1960s
An Exploration of the East Indian and African Music Traditions in Trinidad and Tobago: The Case of Mungal Patasar and Pantar
"Big Map Idea": Diasporic Currents in South African 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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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edro Cravinho
The Birth of Porto's Jazz Scene:
Culture, Spaces, and Networks
이번 호는 '재즈 디아스포라'Jazz diasporas에 관한 특집호네요. 재즈 디아스포라를 본고장 미국을 넘어 재즈로 구성되는 세계 곳곳의 공동체라고 이해하면, 어딘가 낯설지만 흥미롭기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중음악 연구에서 재즈는 팝과 록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다뤄질 뿐만 아니라, 논의된다고 하더라도 대체로는 미국의 레퍼토리에 주목하니까요. Popular Music and Society의 이번 특집호는 이 점을 주목해 다양한 재즈 사회를 다룹니다🌐 오스트레일리아부터 필리핀, 포르투갈 북부의 대도시 포르투, 스웨덴, 소련, 카브리해 남쪽의 트리니다드 토바고, 남아프리카까지요. 그중에서 포르투에 관한 논문이 눈에 띕니다👀 저자는 주로 수도를 조명하는 재즈 디아스포라 연구의 흐름에서 벗어나 현지 재즈 신scene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수도 밖 도시를 다룹니다. 대표적인 예로 포르투를 들면서요. 이 연구는 2차 세계대전 이후 포르투 재즈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살핍니다. 예컨대 1950년대 재즈 열성 팬들이 직접 만든 'DIY' 클럽을 통해 재즈가 포르투를 넘어 확산되는 순간을 보여주지요. 그러면서 포르투갈 재즈사에서 의미 있는 기여를 한 이 나라 제2의 도시가 간과되는 점을 환기시킵니다. 세계 재즈 소리 풍경의 숨은 명소, 포르투의 사연이 궁금하신 분들께 이 논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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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co Serino - Ennio Morricone: Deborah's Them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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