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은한 열정*으로
새로운 해가 밝았습니다. 무언가를 시작할 용기와 에너지가 샘솟는 시기에요. 그 용기와 에너지를 발판 삼아 야심 찬 목표도 세웁니다. 우리 C♯레터 팀도 새해를 맞이하면서 내부 운영 방식을 재정비 했습니다. 님께 더 재미있고 유익한 소식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잘할 수 있을까요? 저 혼자라면 모르겠지만 언제나 따뜻한 지지를 보내주는 에디터 소록과 국내 음악학계 최고의 브레인 한양대 음악연구소 전문 연구진, 그리고 이 뉴스레터를 열어보는 님이 있으니까 할 수 있을 거예요. 비밀 이야기 하나 하자면, 올해 C♯레터는 개편을 준비하고 있어요🤫 느리지만 꾸준히 나아갈 거예요. 님과 함께요. 그러니 계속해서 C♯레터에 사랑과 응원을 보내주세요. 제 선물은 레프 오보린의 차이콥스키 〈사계〉 중 '1월 - 난롯가'에요. 오래된 녹음에서 들리는 약간의 잡음마저 따뜻함을 선사하는 영상입니다. 따듯하지만 뜨겁지 않은, 은은한 열정을 잃지 않는 한 해가 되길 바랄게요.
💿 Lev Oborin - Tchaikovsky, The Seasons: January "By the Firesi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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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lkloric Voices in Neorealist Cinema: The Case of Giuseppe De Santis
The Afterlife of a Lost Art. On the Work and Legacy of Silent Film Pianist Arthur Kleiner
C♯'s PICK
우선 이 학술지에 대해 짧게 소개할 필요가 있겠네요. 2021년에 창간되어 1년에 두 권을 발행하는 아주 젊은 학술지니까요. 이 학술지 이름은 Sound Stage Screen입니다. (자기들끼리 SSS라고 자랑스레(?) 줄여 씁니다.) C♯레터에서 소개하는 이번 호는 2022년 8월에 발행된 3호구요. 이탈리아 밀라노 대학에서 발간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은 소리, 퍼포먼스, 매체입니다. 소개 글을 보니, 오페라에서 음악 관련 멀티미디어까지, 영화에서 인터랙티브 오디오-비주얼 플랫폼interactive audio-visual platforms까지가 관심사라는군요. 우리 연구소의 최근 관심과 비슷해서 어쩐지 자주 살펴보게 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편집자 중에는 우리 연구소에서 2018년에 개최한 국제학술대회 Rethinking Sound 2018에 게스트 스피커로 왔던 비안코로소Giorgio Biancorosso, 홍콩대가 있어서 더 반가웠습니다.
오늘 제가 뽑은 논문도 그렇습니다. 소프라노 마리아 칼라스Maria Callas, 1923-1977를 테크놀로지를 통해 '부활'시킨 공연, 〈Callas in Concert〉BASE Hologram 제작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이 공연에서는 칼라스의 목소리뿐 아니라 연주 모습도 홀로그램으로 생생하게 보여줬던 모양입니다😲 반주는 실제 오케스트라가 맡았고요. 이미 50년 전에 세상을 떠난 전설적 소프라노를 실제로 눈앞에 보듯 재현했다는 거죠. 이런 공연 자체가 그리 새롭지는 않습니다.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2016년에 가수 김광석의 홀로그램 콘서트가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이러한 콘서트에 대한 학문적 성찰은 새롭고 또 반갑습니다. 저자는 이 공연을 통해서 두 가지를 집중적으로 생각합니다. 1️⃣ 첫 번째는 과연 '라이브'가 무엇일까 하는 점입니다. 생각해보면 라이브는 '지금(실시간으로)' '여기서' 일어나는 일을 말하는 걸 텐데요. 그렇다면 우리가 경험하는 라이브 중 진짜 라이브는 얼마나 될까요? 여러분도 저처럼 종종 유튜브에서 라이브를 찍은 영상을 보면서 라이브를 봤다고 말하곤 하지 않나요? 그렇다면 50년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난 가수의 홀로그램 콘서트는 라이브일까요, 아닐까요? 2️⃣ 두 번째는 테크놀로지에 관한 것입니다. 한때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는 오페라를 매우 심심하고 낡은 것으로 느껴지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홀로그램 기술은 이제 다시 이미 죽은 가수를 '되살려' 그 낡은 오페라의 전성기 모습을, 그 시대 가수를 통해 보여줄 수 있게 되었습니다. 테크놀로지와 결합한 오페라의 미래는 어찌 되는 걸까요? 음... 흥미진진합니다.
📌 〈Callas in Conce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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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thy of a Monument in Artistic History": Religion and Nation in the Plans for Robert Schumann’s Unrealized Martin Luther Oratorio
Gramophone Voices: Puccini and Madama Butterfly in New York, ca. 1907
C♯'s PICK
📌 Ditlev Rindom
Gramophone Voices: Puccini and Madama Butterfly in New York, ca. 1907
1907년 미국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극장에서는 푸치니 오페라 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이 페스티벌에는 〈나비 부인〉의 메트로폴리탄 극장 초연이 포함되어 있었죠. 이 행사를 계기로 푸치니는 긴 일정으로 미국 뉴욕에 머무르게 됩니다. 미국 방문이 끝나갈 무렵, 푸치니는 컬럼비아 음반사 뉴욕 사무실에 들러 자신의 역사적인 미국 방문을 기념하는 짤막한 메시지를 녹음합니다. 이탈리아어로 진행된 이 메시지는 예상할 수 있는 것처럼 뉴욕의 청중들의 환대에 대한 감사의 인사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미국이여 영원하라!"America forever라는 찬사도 잊지 않았죠. 이 논문의 저자는 이 메시지가 단순히 푸치니의 뉴욕 방문을 기록하는 소리 기념물인가에 의구심을 던집니다🧐 19세기 말, 죽은 자들의 목소리를 간직하기 위해 등장했던 녹음 기술은 음악을 담는 매체로 변하면서 거대한 산업이 되어가죠. 이 기술의 주인은 미국인들이었습니다🇺🇸 음반 산업의 초창기부터 오페라는 음반사에 큰 이익을 가져다 주지 못했지만, 축음기 광고에는 언제나 오페라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작곡가들의 존재는 스타 가수들에 밀려나고 있었습니다. 심지어 작곡가들은 자신의 곡이 녹음되었음에도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고요. 푸치니 역시 1904년 자신의 '라보엠' 중 몇 곡이 허락없이 녹음되자 가차없이 고소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기술로 인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화려했던 이탈리아 오페라는 이제 미국인들이 소유한 기술을 거쳐야만 하는 운명에 처하고 있었습니다. 푸치니의 짤막한 메시지는 녹음 기술과 오페라를 둘러싼 국가적/민족적 갈등 속에서 읽어내야 하는 것인 셈이죠. 더 나아가서 저자는 푸치니의 '나비 부인'에 나타나는 상호문화적 갈등을 기술이라는 새로운 권력 앞에 위태로워진 인간성, 목소리, 미국 주도의 세계에 대한 의구심으로 읽어내려 합니다. 소리와 기술을 둘러싼 '구대륙/전통/작곡가'과 '신대륙/신기술/음반사'의 미묘한 관계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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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PICK
소리의 시대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요즘의 우리 일상은 다양한 소리와 청각 정보로 채워지고 있어요🔊 이제 인류의 삶에서 소리와 청취의 의미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일상 영역만이 아니라 인문, 예술, 과학, 사회과학 등의 학문 분야 전반에 걸쳐 펴지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시각 정보를 받아들이고 표현하는 것에 비해 소리와 청각 정보를 묘사하고 표현하는 어휘와 방식은 우리에게 아직은 낯설고, 왠지 모를 어색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죠. 이 연구는 이러한 점에 주목하여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활용되는 청취 어휘를 조사, 공유하고 이를 종합할 프로토콜 리 소스를 개발하기 위해 시작되었습니다. 영국 예술 및 인문학 연구위원회AHRC의 지원을 받아 학제적 연구프로젝트로 진행한 이 연구는 상이한 분야의 실무자, 연구자, 교육자를 모아, 여섯 가지 청취 포지션을 검토합니다🕵️ 그리고 그에 관한 설명을 토대로 상호간의 원활한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청취 어휘와 방법을 모색하죠. 논문에서 저자들은 각 분야의 다양한 실천적 듣기 과정을 묘사하는 내러티브를 제공하고, 그 맥락을 파악할 수 있는 청취 어휘를 창출하여 이를 또 다른 맥락에서 상상할 수 있도록 연결하는 전략을 펼치는데요. 궁극적으로 전문가만이 아니라 대중의 접근과 활용이 가능한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하여 청취에 관한 개개인의 다양한 의견을 수집하고 서로를 연결하여 프로젝트의 재생산을 목표한다고 하니, 그 과정이 궁금한 구독자라면 이 논문을 검토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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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eams and Intertextuality in Chopin's A-Minor Prelude
The Easter Sonata of Fanny Mendelssohn (1828)
C♯'s PICK
Dreams and Intertextuality in Chopin's A-Minor Prelude
가곡의 왕 슈베르트Franz Peter Schubert, 1797-1828와 피아노의 시인이라 불리는 쇼팽Frédéric Chopin, 1810-1849. 이 둘은 살면서 서로 만난 적이 있을까요? 만난 적이 있다면, 혹은 없다고 해도 작곡가로서 쇼팽은 슈베르트에게 어떤 영향을 받았을까요? 지금까지 19세기 음악사에서 이 둘의 관계가 본격적으로 다루어지지는 않은 듯 합니다. 이 논문은 쇼팽의 A단조 프렐류드 Op. 28, No. 2가 슈베르트의 가곡과 공유하는 특별한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곡을 주제별로 분석하는 것을 넘어, 이 곡이 만들어지는 데 파리 살롱이 한 역할과 슈베르트의 음악이 쇼팽에게 미친 영향을 살펴봅니다🕵️ 그런 다음 슈베르트의 가곡 두 곡을 소개하고, 이들이 쇼팽의 프렐류드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특히 쇼팽이 꿈dream을 표현하기 위해 슈베르트의 가곡 두 곡을 어떻게 잘라내고 붙여넣었는지cut and paste 보여줍니다. 이 논문은 작품 분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서사성, 수행성, 낭만적 내면성에서 차용한 개념을 사용하여 작품에 대한 분석적 독해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네요✨ 깊어가는 겨울 밤, 쇼팽의 프렐류드를 들으면서 가볍게 읽어 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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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S
Natalie Farrell
K. K. COVID-19: Temporality, Trauma, and the Animal Crossing: New Horizons Soundtrack
Patsy Gallant and Video Games: Analyzing Game Music Influences and Game Narrative Intersections on the Album Take Another Look (1984)
Tom Parkinson
Musical Quests in the Kitchen: Musical Experiments for After Dinner (2019)
Songs of Rapture—Creating a Bioshock Musical Show: An Interview with Brendan Jennings
The Best Laid Schemes o' Mice an' Men: Completing the Scores to Fast and Furious Crossroads and Project Cars 3 during Lockdown
C♯'s PICK
📌 Natalie Farrell
K. K. COVID-19:
Temporality, Trauma, and the Animal Crossing: New Horizons Soundtrack
코로나19로 일상이 멈춘 2020년 3월 20일. 일본의 비디오 게임 기업 닌텐도는 자사의 대표 프랜차이즈 〈모여봐요 동물의 숲〉Animal Crossing: New Horizons을 출시합니다✨ 코로나19로 인류가 고립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무인도에서 시작하는 새로운 생활"을 게임화한 〈모여봐요 동물의 숲〉은 "아무것도 없기에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곳"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워 전 세계 게임팬들의 관심을 사로잡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다는 표현은 절반만 맞습니다. 게임에 접속하면 '나'를 제일 먼저 반겨 주는 섬 주민(동물)들이 있고, 다양한 식물과 곤충, 해양 생물도 있지요. 그리고. 음악이 있습니다. 밤이나 낮이나,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멈추지 않고 흐르는 외재적 음악부터 섬 주민들끼리 모여서 연주하는 내재적 음악까지. 이 음악은 동일한 시간이 흐르는 가상과 현실의 공간을 채우며 무인도에서, 그리고 고립된 현실 세계에서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플레이어에게 안락함을 선사합니다. 음악학자 내털리 패럴은 파편적, 반복적으로 흐르는 음악의 효과를 트라우마 이론을 사용해 분석합니다🔍 현재 무료로 제공되고 있는 패럴의 논문에 접속해 바로 확인해 보시길 바랍니다.
📌 〈모여봐요 동물의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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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VOCES8 - Jóhannsson: A Pile of Dus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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