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대
올해 마지막 C♯레터에요. 구독자 여러분은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2022년을 시작하면서 발행한 C♯레터에서 올해 전 '건강'과 '절제' 이 두 가지를 마음에 새기겠다고 말했었어요. 먼저 '건강'. 전 올해도 그리 건강하진 못했어요. 꾸준히 운동하고 신체를 균형 있게 가꾸는 게 참 쉽지 않은 일이에요. (네, 다음 핑계🤫) 그렇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이 일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느껴요. 아마 전 다음해에도 건강하자고 다짐하겠죠?🥲
그렇지만 제 두 번째 다짐 '절제'는 정말 잘 지킨 것 같아요.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의 경계를 잘 나누고, 하겠다고 마음 먹은 일만큼은 최선을 다해서 임했어요. 심지어는 그 일들의 재미를 누릴 수도 있었어요. 스스로를 재촉하지 않고 한 걸음씩 천천히 내딛으니 바쁜 와중에 얼마간의 여유로움도 느낄 수 있었고요. 게다가 올 한해를 이렇게 느린 템포로 지냈더니 다시 앞으로 나아갈 에너지도 생겼어요. 이렇게 느리게 걷다가는 그만 뒤쳐지고 말 것이라는 불안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두르지 않았어요.
언제나 한 해가 저물고 다음해가 오려고 하는 바로 이 시기가 되면, 대수로운 발전이랄 것 없이 시간을 보내버린 나 자신의 나태함을 탓하며 괜스레 마음이 서글퍼지던 에디터 S랍니다. 하지만 올해의 끝자락에 선 지금 제 마음 속은 만족감으로 충만해요. 또 기꺼이 환대하는 마음으로 새해를 기다리고 있어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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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korn Wangpaiboonkit
Voice, Race, and Imperial Ethnology in Colonial Siam: Madama Butterfly at the Court of Chulalongkorn
The Lighthouse: A Tale of Collective Madness
Beastly Variations: Allegories on Race, Migration, and Marriage
C♯'s PICK
📌 Parkorn Wangpaiboonkit
Voice, Race, and Imperial Ethnology in Colonial Siam:
Madama Butterfly at the Court of Chulalongkorn
인도나 말레이시아, 미얀마, 베트남 등 여타의 동남아시아 국가들과 달리, 태국은 공식적으로 한 번도 타국의 식민지였던 적은 없습니다. 그러나 사실 영국과 프랑스 식민 지배의 완충 지대였을 뿐, 태국의 옛 국호 시암은 영국을 비롯한 식민 세력의 영향 하에 놓여 있을 수밖에 없었죠. 1897년 출랄롱콘 당시 시암의 국왕은 유럽 대륙 전역을 방문하여 외교 활동을 펼쳤는데요. 저녁에 틈틈이 시간을 보냈던 오페라 하우스에서 자국의 노래 전통과는 상당히 다른 '오페라'라는 장르에 충격을 받게 됩니다😮 그러니까 오페라는 시암의 노래와 달리, 감정 표현의 격차가 매우 크고 효과적이라고 놀라면서 말이죠. 논문의 저자에 따르면, 그러나 출랄롱콘 국왕은 시암의 노래 앙상블 연주자를 유럽식으로 훈련하는 것을 처음부터 시도조차 하지 않았으며, 유럽의 노래를 마치 개처럼 울부짖는 것 같다고 비유하면서 중얼거리는 소리처럼 들리는 자국의 노래가 묻혀버릴 것을 우려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 논문에서 당시 시암의 궁전에서 공연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푸치니의 《나비부인 Madama Butterfly》이 어떻게 현지화되었는지, 어떻게 제국주의의 한 형태로서 이국주의적 면모를 스스로 재현하였는지 연구를 통해 세세하게 밝힙니다. 우리나라에서 1950년대 서구의 오페라가 어떠한 방식으로 수용되었는지 비교해서 읽으면 더더욱 흥미로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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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a Baade
Vera Lynn Sings: Domesticity, Glamour, and National Belonging on 1950s British Television
Synchronization as Musical Labor in Italian Silent Cinemas
Buckra: Whiteness and Porgy and Bess
C♯'s PICK
📌 Kai West
Buckra: Whiteness and Porgy and Bess
오페라를 연구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대사를 읽어야죠. 그냥 읽는 게 아니라 '행간'을 읽어야 하는데 그 마저도 외국어로 되어 있으면 오독하기 십상입니다. 음악은 또 어떻구요. 붙들고 한참을 씨름하다 보면 가사와는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들려 난감할 때도 있습니다🙄 오페라가 무대 위에 올라가면 이러한 '텍스트' 중심의 작업은 더욱 복잡해집니다. 성악가의 위치나 몸짓, 표정 연기 따위의 수행적 발화는 악보에 일일이 기록되어 있지 않으니까요. 관객은 어쨌거나 연출가의 오페라를 보게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오페라가 만약 '인종'의 문제를 다룬다면 전통적인 '음악학' 연구 방법론으로는 한계에 부딪히게 됩니다. 그런 오페라가 있냐구요? 1935년 초연된 조지 거슈윈George Gershwin, 1898-1937의 오페라 《포기와 베스 Porgy and Bess》가 좋은 예입니다💁 카이 웨스트는 이 오페라의 음악적 구조와 사회상의 관계를 읽어 내기 위해 음악학 분석과 비판적 인종 이론critical race theory을 결합합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가득한 이 오페라에서 종종 간과되거나 통째로 삭제되는 '백인'과의 '음악적' 대화를 통해 비로소 《포기와 베스》에 담긴 백인중심주의를 이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웨스트의 글을 오페라를 연구 중인 모든 독자들에게 권합니다.
📌 George Gershwin - Porgy and B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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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n R. Copeland
Pop Goes the Postcolony: Britain Remixes Hugh Tracey's Malawi
Sunday Ofuani
Intercultural Creativity in the Nigerian-Igbo Art Music of Okechukwu Ndubuisi
James Nissen
'Give Us a Voice!': Voice, Envoicement, and the Politics of 'World Music' at WOMAD
Uğur Aslan, Songül Karahasanoğlu
Organonscape, Geography, and Aural Spaces of Kemençe in and around Trabzon
Rodrigo Chocano
Musical Sustainability Vis-à-Vis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Safeguarding and Incentives in the Feast of the Virgin of Candelaria, Puno, Perú
C♯'s PICK
📌 James Nissen
'Give Us a Voice!':
Voice, Envoicement, and the Politics of 'World Music' at WOMAD
'월드뮤직'. 알려진 대로 1987년에 명명된 이 대중음악 장르는 오랫동안 겉과 속의 차이를 미묘하게 드러냈습니다. 문자의 의미는 세계 음악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지역의 음악을 가리켰죠. 영미권 팝 음악의 요소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지역 전통 음악의 요소를 보여주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서구와 비서구의 숨겨진 정치적 질서를 드러냈습니다. 음악적으로는 서구화 흐름에서 벗어나고 있었지만, 정치적으로는 그 과정을 은근하게 촉진하고 있었다고 할까요? 칭찬과 걱정이 교차하던 가운데, 음악인류학자들 및 산업 관계자들은 '월드뮤직'이라는 용어를 없애자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논문은 '월드뮤직' 관련 이슈는 단순히 용어의 문제가 아니며, 이 음악에 참여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배제하는 것이라 말합니다. 저자는 '목소리 내게 하기'envoicement의 개념을 세계 최대 규모의 월드뮤직 축제인 '워마드'WOMAD 사례에 적용합니다. 그리고 음악인이 이 축제를 그들 목소리의 플랫폼으로 여긴다는 점을 말하며, 오래된 정치적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려고 하지요. '월드뮤직'의 풍경에 묻혀 있는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은 분들께 이 논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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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Oral and Written Transmission in the Early Jeu-Parti
Refiguring the Poetic Elegy in Music: The Rhetoric of Mourning in Parry's Elegy for Brahms
Handling Tovey's Bach
From 'Chinese Music' to 'Guoyue': Shanghai Musicians and Translated Traditionality, 1919 - 1937
REVIEW ARTICLE (EDITOR'S CHOICE)
Critical Exchanges: Handel and Slave-Trading Companies: Handel, an Investor in Slave-trading Companies: A Response to Ellen Harris
Critical Exchanges: Handel and Slave-Trading Companies: Handel, a Salaried Composer: A Response to David Hunter
C♯'s PICK
디지털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음악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합니다. 유튜브의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의 음원, IMSLP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는 악보들까지, 얼마나 다양한 자원들이 클릭 몇 번으로 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되었나요. 이 논문은 20세기의 걸출한 음악분석가이자 날카로운 비평가였던 도널드 프랜시스 토비Donald Francis Tovey, 1875-1940의 음악 경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토비의 친구들은 옥스포드 대학에서 서양고전문학classics을 전공하던 학부생 토비가 자기 전 침대에서 바흐의 악보를 펴고 "읽었다"고 전해줍니다. 이 얼마나 상상하기 힘든 일인가요?😲 매일 친구들과 술을 마셔도 모자랐을 기숙사 생활에 침대에서 바흐 전집이라니요! 논문은 토비가 가지고 있던 바흐 협회 전집1851-99 악보에 남아있는 그의 흔적들을 따라갑니다🔍 이 악보들에는 신랄한 농담과 학교 선생님과 칼리지 음악가들에 대한 악랄한 평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읽어낸' 바흐 음악에 대한 분석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고 하네요. 실제 물리적 소리는 없었지만 토비의 '악보 읽기' 행위는 음반, 라디오 같은 20세기 초반의 신기술이 도래하기 전, 음악을 경험하는 중요한 수단이었습니다. 한편 토비가 악보에 끄적인 흔적들은, 저자가 이야기하는 대로, '바흐 전집'이라는 거대한 역사적 기념비에 저항하는 행위이기도 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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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SEARCH ARTICLES
A Sense of the Irreversible: An Introduction to the Music of Ann Cleare
Forms of Making: Richard Emsley's For Piano Still/s
Music Composition and Epistemic Injustice
Five Suggestions for an Aspiring Composition Teacher: Towards an Inclusive Compositional Pedagogy
Who are We Teaching and Why are We Teaching Them? Thoughts on Musical Diversity in University Compostion Teaching
Reflections on Teaching Compostion for Confidence, Equity and Community
Teaching Compostion in a Flipped Classroom
C♯'s PICK
📌 Patricia Alessandrini
Five Suggestions for an Aspiring Composition Teacher:
Towards an Inclusive Compositional Pedagogy
다양한 문화, 다양성의 가치들이 어우러지는 세상, 모든 것을 받아들이는 다원주의 환경에서 창작의 관점도 변화하고 있어요. 작곡가를 길러내는 대학의 작곡 교육은 어떠한 방식으로 그 변화에 화답할까요? Tempo의 이번 호는 바로 이 문제에 주목하고 있어요🕵️ 예컨대 21세기 환경에서 스스로의 존재를 명확하게 인식한 작곡가들의 작품부터 영국 리즈 대학의 ‘21세기 작곡 교육’ 프로젝트 연구를 발전시킨 논문들까지 여러 흥미로운 글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특히 창작의 현장과 교육에 몸담은 작곡가의 실천적 성찰이 담긴 조언을 실질적인 작곡 교육에 접목하려는 시도가 눈에 띱니다. 이 연구에서 저자는 작곡가 체르노빈Chaya Czernowin의 인터뷰 '작곡가를 지망하는 당신에게 제안하는 다섯 가지 것들'을 토대로 통합교육에 초점을 둔 작곡 교육법을 제안하는데요💁 저자는 먼저 창의적인 소리 만들기의 다양한 방식과 실천을 포용하여 '작곡가'에 대한 제한적 정의에서 근본적으로 벗어날 것을 주장하며, 초국가적•초문화적 관점의 중요성, 다양한 실험, 실패의 위험성 수용, 문화와 스타일을 초월하는 듣기 기술을 강조합니다. 특히 새롭고 흥미로운 도전에 늘 함께하는 실패의 위험을 실제 강의실 테크닉에 응용하여 그로부터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을 설계해 '실패에 대한 창의적 워크숍'으로 진행하고요✨ 특정 문화, 스타일에서 자유롭고 폭넓은 듣기 기술 향상을 위해 학생들에게 작품 제목이나 작곡가 등의 사전 지식 없이 오롯이 비판적으로 음악을 듣는 ‘비평’ 세션을 기획하고 시도하기도 합니다. 내일의 작곡가와 이들을 길러내는 작곡 교육에 관심 있는 구독자라면 이 연구와 함께 Tempo의 이번 호를 찬찬히 살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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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수운 이불과 귤과 크리스마스
곧 크리스마스에요🥳 크리스마스에 무얼 할지 생각해 두셨어요? 전 요즘처럼 날씨가 추워지기 시작하면 꼭 하고 싶어지는 게 있어요. 노곤 노곤 잠이 올 듯 말 듯 기분 좋게 따수운 도톰한 이불 안에서 조금 시지만 대체로는 달콤한 귤을 까먹으면서 재미있는 TV 프로그램을 보다 사라락 잠에 드는 거요. 그래서 전 이번 크리스마스에 하려고요. 때마침 몹시 기대하고 있는 프로그램이 크리스마스 날 방영된다고 하는 거예요. 음. 저 혼자 보긴 좀 아까워서 여러분께도 알려드릴게요. 우리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의 정경영 소장님이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서 크리스마스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줄 거래요. 25일 오전 10시 30분! 다들 따수운 이불과 귤을 준비하고 본방사수 하세요😎
🎁 JTBC '차이나는 클라스' 254회 - 바흐 ・ 헨델과 함께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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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erry Christmas Charlie Brow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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