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이론포럼, 29권, 1호
- 이화음악논집, 26권, 2호
- Journal of Sonic Studies, Volume 23
- Contemporary Music Review, Volume 41, Issue 4
- Journal of Musicological Research, Volume 41,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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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극 앞에 시든 음악
오는 12월 류이치 사카모토가 마지막이 될 지 모를 콘서트를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어요. 류이치 사카모토는 2015년 암 투병 중이라고 밝히면서 잠정적으로 활동을 중단했었는데요. 그러다 지난 2018년, 가장 존경한다는 영화감독 이냐리투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에 함께하자고 제안하면서 다시 음악 작업을 시작합니다. 투병 중인 음악가의 이 작업은 다큐멘터리 영화 〈류이치 사카모토: 코다〉에 담겼어요. 죽음 앞에 선 음악가가 음악과 삶을 대하는 진지한 태도를 엿볼 수 있어요. 하루 수십 알의 약을 목구멍으로 넘기면서도 사카모토는 작업을 계속해 나갑니다. 도대체 음악이 무엇일까요? 또 죽음은요? 삶의 마지막을 앞둔 음악가가 보내는 그 뭉근한 시간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한편, 얼마 전 우리는 준비는커녕 예상할 수조차 없던 수많은 젊은 생의 마지막을 목도했습니다. 직접 보고도 믿지 못할 끔찍한 사건으로 충격에 휩싸였어요. 그렇지만 우리 사회는 그 상처를 아파할 틈도 없이 책임자 색출에 나섰습니다. 그러더니 계획되어 있던 음악회들이 잇따라 취소되기 시작했어요. '국가애도기간'이 선포되었다는 이유로요. 음악은 무엇일까요? 죽음은요?
비극 앞에서 음악은 사치인 걸까요? 지난주, 전 가까스로 취소를 피해 간 한 음악회에 다녀왔어요. 공연을 시작하기 전, 첫 번째 곡 후에는 박수를 삼가달라는 안내를 전달받았어요. 얼마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비극적 참사를 추모하려는 걸 알 수 있었어요. 시간이 되자 단원들과 지휘자가 엄숙한 분위기 속에 입장하기 시작했고요. 1,000석이 넘는 규모의 객석 안이 긴장되는 침묵으로 가득 찬 그 순간. 오케스트라가 연주하기 시작한 음악은 원래 첫 곡으로 예정되어 있던 현대 작품이 아닌,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중 '님로드'였어요. 첫 소리를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그리고 연주가 끝날 때까지 눈물을 멈출 수는 없었습니다. 그제야 저 자신도 이 일로 상처받았다는 걸 알았어요. 언론이 매일 같이 떠들어대는 온갖 시끄러운 소리를 뒤로 하고, 그 자리에서야 비로소 이태원에서 죽어간 이들을 마음 깊이 애도할 수 있었습니다.
사카모토는 〈코다〉에서 "지속되는, 사라지지 않는, 약해지지 않는 그런 소리를 내내 동경"해왔다고 술회합니다. 그러면서도 피아노로 주로 작업한다는 그는 또 이렇게도 말해요. "피아노는 울림이 지속되지 않거든요. 그냥 두면 소리가 약해지다가 없어져요." 그에게 음악은 영원히 시들지 않는 무언가이면서 동시에 언젠가는 반드시 사라져버리는 것이죠.
생과 사는 분리될 수 없어요. 음악은 상반되는 것 같은 그 둘을 모두 품고 있고요. 하지만 '국가애도기간'에 노래를 부르지 않겠다는 그 선언은 죽음과 삶을 갈라놓았어요. 음악가들은 침묵 당했고요. 삶을 잃은 음악가들은 죽어가고 있어요. 음악은 무엇일까요? 또 죽음은요?
💿 Queensland Symphony Orchestra - E. Elgar: Enigma: Nimrod Vari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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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용식
갈로의 트리오 소나타에 나타난 18세기 음악 양식 연구: 1악장을 중심으로
19세기 독일정원의 장미꽃 문화로 탄생된 들장미 노래와 그 의미
시작주제의 모호한 복귀: 멘델스존의 〈무언가〉
십자가 모티브의 표현적 변형: 리스트 B단조 소나타를 중심으로
새로운 음악극 창작 방식으로서의 '무대 위의 실재(實在) 음악': 헨체의 《쿠바의 여인 또는 예술을 위한 삶》(La Cubana oder Ein Leben für die Kunst)을 중심으로
테크놀로지로 재현된 트라우마와 기억: 미셸 판데르아의 오페라 《기억의 재구성》에 나타난 구성 및 연출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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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PICK
📌 원유선
테크놀로지로 재현된 트라우마와 기억:
미셸 판데르아의 오페라 《기억의 재구성》에 나타난 구성 및 연출전략
얼마전 극장에 가니 극장 전면 스크린에 영국 로열 오페라, 로열 발레단의 공연 영상을 상연하는 홍보 영상이 게시되어 있어서 한참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전세계의 유명 극장들이 자신들이 제작하는 공연물을 '영상물'로, 혹은 실제 극장 공연을 '라이브'로 중계하는 일은 이제 흔한 일이 되었죠. 이번 C♯'s PICK으로 고른 논문에서는 오늘날의 기술이 실제 오페라 작곡에 적극적인 방식으로 활용된 경우를 다루고 있습니다. 논문은 작곡가 미셸 판데르아Michel van der Aa, b.1970 의 오페라 '기억의 재구성'Blank Out, 2015-2016을 다루고 있어요💁. 사고로 가족을 잃어버린 극한적인 상황과 그로부터 발생하는 감정, 그리고 그 아픈 기억을 오페라의 소재로 다루는 데에 있어서 3D 영상, 무대 속 스크린을 비롯한 각종 기술들은 이 작품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오페라'라는 전통적인 장르가 새로운 기술과 어떻게 만나고 있는지, 그리고 오페라 작곡가들은 어떻게 이 기술을 작품의 깊숙한 층위에서 활용하고 있는지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닐까 합니다.
📌 미셸 판데르아 - 오페라 《기억의 재구성》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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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
조선시대 궁정 악기 제작기구의 조직과 역할
음악 수업에 대한 중학교 교사와 학생의 경험과 인식
다문화 교육의 관점에 따른 초등 음악 교과서의 세계 민요 악곡 및 학습 활동 내용 분석
음악과 문화적 정체성: 윤이상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1976)의 작품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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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 PICK
📌 임진형
음악과 문화적 정체성:
윤이상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1976)의 작품분석
한 사람의 문화적 정체성cultural identity은 어떻게 형성되고 규정되는 걸까요?🤔 여러분들은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확고하게 가지고 계신가요? 과거와 달리 현재에는 고정된 것, 불변하는 것이라기 보다 유동적이고 끊임없이 변하는 것으로서 문화적 정체성을 바라보는 견해가 우세하죠. 『이화음악논집』 26권 2호에서 C♯레터가 선택한 논문은 임진형의 "음악과 문화적 정체성: 윤이상의 《비올라와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1976)의 작품분석"입니다💁. 이 논문에서는 먼저 레이먼드 윌리엄즈Raymond Williams의 문화의 의미에 대한 담론을 고찰한 후, 한국계 독일 작곡가 윤이상의 작품에 나타난 다양한 문화적 정체성이 담긴 표현을 분석합니다. 특히 그의 주요음 기법Hauptton technique은 작곡가의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논문의 저자 임진형은 이 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경험을 통해 작곡가 윤이상과 유사한 본인의 문화적 정체성 수행과 연결합니다. 저자의 후속 연구가 궁금하시다면, 이번 한국서양음악학회 제91회 정기학술대회에 참여해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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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IAL
Sounds of the Balkan
ARTICLE
Ondřej Daniel
The Right to Polished Sound: Age and Class in the Viennese Balkan Music Scene
C♯'s PICK
유럽의 동남부 발칸 반도, 그 북쪽에 있는 슬로베니아의 포크 팝 사례는 흥미로운 이슈 하나를 던집니다. 그것은 나라에 대한 고정 관념에 가리는 소리에 관한 것. 저자에 따르면, 슬로베니아에서 이 곳 민속 음악의 요소가 활용되는 포크 팝은 1950년대 등장한 이래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는 동안 나라를 상징하는 대중음악으로 자리매김해 왔습니다. 흔히 바깥에서는 이 팝을 '기쁜 정서'와 연결시킵니다🎵↔️😄. 그러나 이는 역사적으로 굳어져 온 생각입니다. 슬로베니아 인기 가수 매그니피코Magnifico는 자국 포크 팝의 정서에 관한 질문에 밝게 들리지만, 가사 안에 슬픔이 스며들어 있다고 말합니다💧. 그 자리에서 기타를 잡고, 장조로 된 어느 포크팝 끝부분을 단조로 편곡해 부르면서요. 그의 대답은 다른 나라의 음악을 들을 때 귀 뿐만 아니라 생각도 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듯합니다. 슬로베니아 포크 팝 이면에 깃든 이야기가 궁금하신 분들, 같이 읽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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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Newmusic #Soundart: Contemporary Music in the Age of Social Media
ARTICLE
What Does ASMR Sound Like? Composing the Proxemic Intimate Zone in Contemporary Music
All My Time: Experimental Subversions of Livestreamed Performance During the Covid-19 Pandemic
Cover, Custom, and DIY? Memetic Features in Multimedia Creative Practices
The Extensions of Opera: Radio, Internet, and Immersion
Nashville Opera's One Vote Won (2020) and the Challenge of Engaged Opera Performance
'Make Classical Music Great Again': Contemporary Music, Masculinity, and Virality in Memetic Media in Online Spaces
'What's So Funny?': Videomemes and the Circulation of Contemporary Music in Social Media
C♯'s PICK
📌 Giulia Accornero
What Does ASMR Sound Like?
Composing the Proxemic Intimate Zone in Contemporary Music
구독자 여러분들은 ASMR 좋아하시나요?🎧 연필 사각거리는 소리, 장작 타닥거리는 소리, 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 귓가에서 속삭이는 소리. ASMR은 이렇게 감각을 자극하는 소리의 속성과 연결되곤 하는데요. 최근 10년간 ASMR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널리 퍼지며 새로운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현상이 되었어요😲. 최근 현대 음악계의 일부 작곡가들 사이에서 ASMR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창작활동에 반영하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띄는데요. 논문의 저자는 ASMR을 일으키는 작은 소리들을 창작에 활용하는 작곡가들을 인터뷰하며 이들이 ASMR의 어떤 측면에 주목하는지에 대한 흥미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장르의 작곡가들은 작고, 미세한 소리를 증폭하여 정서적 친밀감의 형태로 지각할 수 있도록, ASMR 사운드의 사적이고 가깝고, 친밀한 속성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점에 주목하며 '자율 전기 반응'autonomous galvanic response이라는 ASMR의 본래 속성을 해체하는 동시에 인류학자 에드워드 홀(Edward Hall)의 개념을 빌려와, ASMR이 '밀접 거리'intimate zone를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합니다💁. 인간관계의 혹은 인간의 상호작용의 다양한 거리를 설명하는 홀의 공간학proxemics 이론에서 '밀접 거리'는 감각 중추와 자기 감각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인지적 근접성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나 상태라는 것입니다. 음악 작품에 반영된 ASMR이 관객과의 밀접 거리를 어떻게 형성해 가는지, 이러한 상호작용이 일어나는 공간을 어떻게 구성 혹은 조작하는지,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며 확인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 Decoder Ensemble - Neo Hülcker: ASMR *Contemporary Music Ensemb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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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f Majesty, Mockery, and Misprints: The Coda of Shostakovich’s Fifth on Record
Intersections, Divergences, and Cross Sections: Eduard Steuermann, the Busoni-Schoenberg Nexus, and a Broadening of Compositional Procedures in the Twentieth Century
C♯'s PICK
📌 Erinn Knyt
Intersections, Divergences, and Cross Sections:
Eduard Steuermann, the Busoni-Schoenberg Nexus, and a Broadening of Compositional Procedures in the Twentieth Century
얼마 전 참석한 국제학술대회에서 음악적 창의성을 복잡계Complex system의 관점에서 접근한 카이스트 박주용 교수의 기조 강연을 들었습니다. 요는 창의성이라는 것이 결국 '연결'의 문제라는 것☝️. 수많은 점과 점들(작품들)이 세대를 넘나들며 연결되는 정도를 측정해 음악적 독창성과 영향력을 계산한 이 연구의 결과가 보편적으로 알려진 서양음악사의 내러티브와 놀랍도록 일치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지만, 한편으로는 음악학자들이 하고 있는 연구들이 서로 연결되지 못한 채 홀로 외롭게 빛나는 점으로 남아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보게 되더군요. (C♯레터에 소개되는 논문들을 부지런히 읽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Erinn Knyt의 슈토이어만Eduard Steuermann 연구도 지금까지 늘 그 자리에 있었지만 아무도 보지 못한, 이제서야 연결된 점들의 이야기입니다.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슈토이어만과 그의 스승 쇤베르크의 관계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부소니와의 교류에 대해서는 거의 연구된 바가 없다는 것. 하지만 저자는 슈토이어만의 쇤베르크 연주(해석)와 작품을 이해하는 데 부소니의 영향이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고 주장합니다. 한 번 읽어 보세요. 때로는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만난 점이 나를 더욱 빛나게 해 주기도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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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인모 & 임선혜 - Inspiration (after Hildegard von Bingen "O ignis Spiritus paracliti")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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