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화음악논집, 26권 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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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hnomusicology Forum, Volume 31,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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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and Letters, Volume 103,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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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entieth-Century Music, Volume 19,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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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헤어질 결심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해졌어요. 그러고 보니 지난 23일이 처서(處暑)였더군요. 계절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때 즈음 어김없이 새로운 절기가 다가온 걸 확인할 때면 매번 놀라워요. 마치 절기가 바뀌기를 기다렸다는 듯 바깥공기의 기운이 달라지니까요. 이 정직한 자연의 섭리란! 정신 차려 보니 곧 9월이라는 말을 좀 길게 해 봤어요😋.
지난 주말엔 영화 '헤어질 결심'을 보고 왔어요. 거기에 그 유명한 말러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가 삽입됐잖아요. 아, 몰랐어요? 전 이 영화에 말러 음악이 나온다는 걸 이미 알고서 영화를 보러 갔거든요. 어떤 아름다운 장면에 이 음악이 나올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이 당연히 있었죠🤔.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복잡미묘하게 어긋날 때? 사랑하던 순간을 회상할 때? 아니면 ('헤어질 결심'이니까) "마침내" 헤어지는 순간에?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영화 속에서 풀리지 않은 채 미궁 속에 남아 있던 중요한 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는 장면에서(!) 갑자기 예상치 못하게 말러의 음악이 시작돼요😮. 중요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장면에서 이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한 거예요. 감정 신이 아니라요. 저도 모르는 사이, 기본적으로 서정적이고 애틋한 이 곡의 정서가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장면에 잘 어울릴 거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그런데 말이에요. 어딘지 모르게 정서적으로 어울리지 않는 듯 보이는 장면과 음악이 함께 겹쳐져 놓이니까 이야기와 음악이 서로 분리되면서 양쪽 모두가 도드라지는 거예요. 혹시 그런 적 없어요? 영화 속에 너무 몰입한 나머지 지금 이 장면에 배경음악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조차 잊은 적이요. 영화 속 장면과 음악이 찰떡처럼 잘 맞아떨어지면 그 이야기에 몰입도가 높아지긴 하겠지만, 그때의 음악은 일종의 보조 장치 같은 거라 그 음악 자체를 의식적으로 듣게 되진 않잖아요. 있지만 없는 듯 작용하는 거죠. 그런데 여기서는 장면과 음악 이 두 가지가 서로 독립적으로 포개지면서, 달리 말하면 '마침내 헤어지면서' 이야기는 이야기 대로, 음악은 음악 대로 또렷하게 드러나는 거예요✨. 영화 흐름 상 중요한 지점인 이 장면은 이렇듯 이질적인 두 요소가 병치되면서 한층 더 강조되죠.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장면이었어요. 그렇다고 영화 속에 음악이 이런 방식으로만 사용될 수는 없겠죠. 오늘 소개할 학술지 Music and Letters의 C♯'s PICK에 소개된 논문이 (영화는 아니지만) 마술쇼의 기이한 순간을 더욱 놀랍게 만들어주는 음악의 힘에 주목하는 것처럼요.
이번 레터의 마지막 음악으로는 말러의 "아다지에토"를 넣었어요. 이 음악을 들으면서 작업 중인데요. 그래서인가요? 말랑말랑해져요. 몇 글자만 더 쓰면 마감이네요, "마침내." 개강을 앞둔 여러분. 이 음악과 함께 "붕괴"되지 말고 건승하길 바라요🌷
🎬 영화 '헤어질 결심' 예고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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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진
라벨의 《말라르메의 세 개의 시》(1913)와 아시아의 표현
이은진
서양음악사의 주체와 타자: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에서 나타나는 스페인 음악의 타자화를 중심으로
C♯'s PICK
📌 이은진
서양음악사의 주체와 타자: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에서 나타나는 스페인 음악의 타자화를 중심으로
역사 서술에서 늘 존재하는 중심과 주변의 문제는 우리가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것들에 던지는 문제이기도 하죠. 일반적으로 서양음악사는 '서양', 그리고 '유럽'의 음악사로 여겨지곤 하는데요. 그렇다면 서양음악사 서술의 중심체로 설명되는 '서양'이 아우르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요?🧐 논문의 저자는 음악사의 논의 주체인 '서양'이라는 말이 유럽의 일부 지역을 제한적으로 가리킨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서양'이라는 말이 유럽의 지속적인 타자화 프로젝트 속에서 '구성'된 것임을 주장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일부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서양'이라는 주체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타자화의 과정을 반복했는데요. 서양음악사 서술에서 '서양'이라는 주체의 위상 강화를 위해 오랫동안 주변으로 밀려나 배제된 지역이 바로 스페인이라는 겁니다. 한때 '서양'의 내부로 서술되었다가 계속해서 타자의 자리로 밀려나는 역사가 스페인 음악 서술에서 종종 나타난다는 것이죠🤔. 저자는 음악사의 교과서로 받아들여지는 그라우트의 『서양음악사』를 주요 검토 대상으로 삼아 중세부터 19세기 말까지 스페인 음악 서술에서 드러나는 타자화의 양상을 면밀히 살핍니다. 저자의 논의를 따라가며 서양음악사 서술에서 드러나는 타자화의 전략을 분석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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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actice Research.
Guest Edited by Muriel Swijghuisen Reigersberg, Aaron Corn and Brett Pyper
INTRODUCTION
ARTICLES
Jeff Roy
Towards Decolonial Pedagogies of World Music
Kiku Day
Mindful Playing: a Practice Research Investigation into Shakuhachi Playing and Meditation
C♯'s PICK
📌 Simon McKerrell
Towards Practice Research in Ethnomusicology
실천과 연구. 언뜻 상반된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서로 보완됩니다🤝. 아니,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언가를 적극적으로 경험하는 일이 곧 그것을 탐구하는 일이니까요🕵️. 음악인류학계에서 활약하는 연주자 겸 연구자들은 이 점에 주목해 음악을 이해하는 주요 방법론으로 '실천 연구'practice research or practice-as-research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논문의 저자는 연주를 해당 음악의 전통에 깃든 구조와 정서를 그 전통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 '번역'하는 활동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외부인들에게는 낯선 특수한 전통적 코드가 연주를 통해 전달될 때 새로운 지식이 구성된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음악 연주가 문화적 통찰력을 수용자에게 심어준다는 겁니다. 마치 해당 음악의 연구가 그렇게 하듯이 말이죠. 연주를 새로운 시각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이 논문, 여러분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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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omas Marks
Singing Repentance In Lutheran Germany During The Thirty Years War (1618–1648)
Jessie Fillerup
Marimbo Chimes And The Wizard's Monster Band: Music In Theatrical Magic Shows
Floris Schuiling
Music As Extended Agency: On Notation And Entextualization IN Improvised Music
C♯'s PICK
📌 Jessie Fillerup
Marimbo Chimes And The Wizard's Monster Band:
Music In Theatrical Magic Shows
이번 C♯'s PICK으로 고른 논문은 닐 버거 감독의 2006년 영화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이 영화는 19세기 후반 빈 극장에서 공연되던 마술쇼를 소재로 합니다🎩. 극장에서 수많은 관객들을 대상으로 했던 마술쇼가 유럽 대중들의 오랜 인기 오락물이었음을 보여주는데요. 이 영화의 마술사 에드워드 노튼이 씨앗을 오렌지로 만드는 장면을 보세요(아래 영상). 이 장면에서 홀연히 등장하는 필립 글래스의 음악이 없었더라면 어땠을까요? 저자가 주목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이에요. 마법이 발휘되는 그 순간의 소리요💫. 저자는 오랜 전통을 가진 마술쇼의 역사 속에서 음악이 남긴 흔적들을 뒤적입니다. 마술이 극장이라는 공간에서 공연의 형태로 연행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에요. 18세기 후반부터 런던, 파리와 같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마술쇼가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데요. 스타 마술사들은 음악을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쇼에서는 오케스트라가 동원되었고, 이들은 관객들이 익히 알만한 음악들이나 유명한 오페라 서곡 같은 음악을 연주했어요. 더 나아가 음악의 마술적인 힘을 더욱 강렬하게 이용하고 싶었던 마술사들은 새로운 음악을 위촉하기도 했구요😮. 상상해 보세요. 마술사의 강렬한 몸짓, 음악(그리고 그 음악이 만들어내는 독특한 감흥), 그리고 마법의 순간이 주는 놀라움과 관객의 함성. 생각만 해도 짜릿합니다!🤩
📌 The Illusionist: Time and the Orange tree sce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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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wen Burton
Rautavaara's Cantus Arcticus: National Exoticism or International Modernism?
Jonathan Godsall
Whiplash, Buddy Rich, and Visual Virtuosity in Drum Kit Performance
Trewor R. Nelson
Hearing Global Britishness on the BBC's Commonwealth of Song (1953–1961)
C♯'s PI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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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wor R. Nelson
Hearing Global Britishness on the BBC's Commonwealth of Song (1953–1961)
Twentieth-Century Music 이번 호에서 고른 논문은 1950년대 방송된 영국 방송 BBC의 라디오 프로그램 'Commonwealth of songs'를 분석한 연구에요💁. 저자인 넬슨Trewor R. Nelson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이 정치문화 영역 전반에 걸쳐 강대국으로의 이미지 쇄신을 시도했다고 전제한 후, 이 라디오 프로그램 'Commonwealth of songs'에서 음악이 Commonwealth(영국과 과거 식민지로 구성된 집합체)의 이미지를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 고찰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이 방송은 Commonwealth의 친근하고 우호적인 이미지와 1950년대 형성된 글로벌한 '영국성'(Britischness)을 소리를 통해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지만, 음악이 이러한 이미지를 대표한다는 낯선 사고로 인해 그다지 호응을 얻지 못했다고 주장하는데요. 소리가 외부에서 단순히 주어진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한 집단의, 나아가서는 한 국가나 민족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재편한다는 음악연구소의 입장에 비추어 볼 때,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은 논문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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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K Symphony Orchestra - Gustav Mahler: Symphony No. 5, IV. Adagietto (Myung-Whun Chu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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