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과 문화, 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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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neteenth-Century Music Review, Volume 19, Special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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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Perception, Volume 39, Issue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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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insong and Medieval Music, Volume 31,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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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 느낌인데 기분 좋아!
ASMR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나요? 이 말은 '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의 줄임말로, 우리말로는 '자율 감각 쾌락 반응' 정도로 번역됩니다. 무슨 전문 의학 용어인가 싶지만, 그렇지 않을 뿐만 아니라 어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네티즌이 학술적 배경과는 무관하게 경험적으로 만들어낸 신조어입니다😲. 미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상한 느낌인데 기분 좋아'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는데, 이 글의 작성자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는 수십 개의 댓글이 달린 겁니다. 작성자는 인형극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 친구가 마커로 손에 그림을 그려줄 때 등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신체 부위 중 어딘가가 간질거리는 (요상한) 느낌을 받은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런 느낌이 도대체 뭔가 하고 글을 남긴 건데요🤔. 그러자 여러 네티즌들이 자신들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다면서 각자의 경험들에 관해 댓글을 남기기 시작했어요. 급기야 '이상한 느낌인데 기분 좋아 - PART 2'까지 만들어지면서 지금은 ASMR 역사의 '성지' 같은 게시물이 되었죠. 그리고 이 스레드thread를 유심히 지켜보던 한 네티즌Jennifer Allen은 어디서, 어떻게, 왜 생겨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외부의 어떤 소리(와 시각) 자극에 따라 뇌나 신체 부위 중 어딘가가 간질거리며 기분 좋은 자극을 주는 이 현상을 ASMR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합니다💁. 곧이어 그런 기분 좋은 자극을 하나의 영상 콘텐츠로 만들어내는 ASMR 크리에이터들(ASMRtist라고 부르기도 합니다)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크게 유행하게 되고요. ASMR은 주로 어떤 사물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tapping sound, 붓으로 마이크를 사라락 쓸어내리는 소리, 작게 속삭이는 소리, 종이에 연필을 사각거리는 소리 등 무척 작은 소리를 정교하게 담아냅니다. 여기에 손가락이나 브러시로 카메라를 터치하면서 시각적 자극을 주기도 하면서요🖌.
그런데 최근에는 현대음악 신에서 ASMR 사운드를 재료로 사용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어요💁. 카야 체르노빈Chaya Czernowin, 카롤라 바욱홀트Carola Bauckholt, 클라라 이아노타Clara Iannotta 같은 작곡가들은 ASMR에 대한 관심을 그들 작품에 접목시킵니다. 예컨대 체르노빈의 오페라 Heart Chamber (2019)의 'ASMR 에피소드'라는 섹션에는 오페라 가수가 입, 몸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내는 미세한 소리가 등장합니다. 바욱홀트는 온라인 상에서 무척 유명한 ASMR 영상 중 하나인, 토끼가 수박을 아삭아삭 베어먹는 소리를 모방해 작품 안에 포함시켰구요Implicit Knowledge, (2019–2020). 이아노타는 연주자가 입의 움직임으로 만들어낸, 본인에게만 들릴 것 같은 몹시 작은 소리를 메가폰으로 확성시켜 콘서트홀이라는 넓은 공간에서 울리게 합니다Intent on Resurrection - Spring or Some Such Thing (2014).
음악이론가 쥘리아 아코르네로Giulia Accornero는 작곡가들이 이렇듯 아주 작은 소리를 음악 재료로 사용하면서, 청중은 그 소리로 매개된 아주 사적인, 친밀한 공간 안에 놓이게 된다고 주장해요. 게다가 이 작은 소리들은 서로 유기적 관계를 맺어가며 하나의 작품을 형상화 하는 유의미한 단위라기 보다, 그 소리 자체가 가진 '물질성'을 드러내면서 신체적 자극을 가한다고요(Accornero). ASMR의 원리와 맞닿는 부분이 있어 보이죠? 소리가 매개물이 되어 어떤 특정 공간을 형성한다는 아코르네로의 입장은 이른바 '공간적 전회'the spatial turn라는, 20세기 중반 소리 연구 분야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새로운 사고에 바탕을 두는 듯 합니다🧐. "음악이란 시간에 따라 펼쳐지는 시간예술이라는 오래된 관념이 공간적 매개물로서의 소리"로 바뀐 현상을 일컫는 것이죠(Pederson, Vilmar).
여기까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지난 C♯레터 제12호에서 간략하게 소개한, 정경영 연구소장의 '쩌는 음색'에 관한 연구가 떠올랐어요. 특정 가수의 노래(주로 대중음악)를 들으면서 "음색 쩐다"고 말하는 것은 곧 소리를 육체적으로 경험하는 일이고, 음악을 듣고 이렇게 반응하는 것은 매일 같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으면서 소리와 몸이 분리되지 않는 경험이 익숙한 상황에서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바로 그 연구요🧍🎧. 다시 말해, '음악 듣기'가 귀로 듣고 이해하는 인식 행위에서 소리에 대한 육체적 반응으로 달라지게 된 건, 이어폰이나 헤드셋 발명이라는 그 '기술'(technology), 나아가 그 기술에 따른 '듣기의 기술'(technics of listening) 변화와 관련 있다는 거죠. 요즘엔 쩌는 음색을 가진 보컬들을 '음색 깡패'라고도 부르는데, 이 말이 '듣기 좋은 음색으로 듣는 이를 두드려 팬다'는 뜻을 함의하는 거라면 '음색 깡패'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들은 이미 소리를 육체적으로 경험하고 있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을 거예요😋.
아코르네로가 소리 자극이 만들어내는 육체적 경험을 작곡가들의 의지에서 찾는다면, 정경영 연구소장은 청중의 듣기 기술 변화를 지목합니다. 두 입장은 창작자의 의도와 수용자의 반응이라는 서로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지만 둘 모두 소리 자체가 갖는 물질성과 촉각성을 주목한다는 점은 흥미로워요. ASMR, 실험음악, 대중음악과 같은 현재의 다양한 음악/소리 분야의 새로운 경향성이라고 봐도 좋을까요?🤨
🎧 Gibi ASMR - Dark & Relaxing Tapping & Scratching [Close Whisp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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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악과 문화, 46호
김희선
한국대중음악장의 탈서구적 주체와 "월드뮤직"의 실천적 수행
김묘신
국악을 활용한 한국적 찬송가 만들기: 다양한 비공인 찬송가집과 동월교회 『한국 찬송가』
김승민
'대구 재즈 잼세션' 문화: 현장 진단과 연주자 면담을 통한 미래 구상
이기선
코로나 시대 이란의 음악교육 체계 변화: 테헤란 여자 음악학교 사례를 근거로
C♯'s PICK
📌 김희선
한국대중음악장의 탈서구적 주체와 "월드뮤직"의 실천적 수행
'월드뮤직.' 작은 따옴표가 붙어 있는 데서 짐작할 수 있듯 이 단어는 세상의 모든 음악이 아닌 1987년에 명명된 대중음악의 한 장르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이 음악은 대체로 영미권 대중음악 요소와 아프리카, 아시아 등의 지역 전통 음악의 요소가 섞여 있죠🌎. 그런데 그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그 지리적으로는 '서구'와 '비서구'로 나뉩니다. 그러면서 두 영역 간의 '오래된 위계 질서'가 모습을 드러내죠. 서구가 주도한 음악 산업계에 비서구권 음악인은 순응부터 저항까지 다양한 음악적 행동을 했습니다. 흥미롭게도 그 저항은 오늘날 비서구권 내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수행됩니다. 예컨대, 특정한 국가의 음악 요소를 다른 나라의 음악인이 수용해 그 요소들로서 자국의 음악 문화 한편에 남아 있는 서구 중심적 질서를 은근하게 비판하면서요. 이러한 측면은 한국에서도 흥미롭게 나타납니다. 논문은 대중음악 신에서 하림과 같은 음악인들이 월드뮤직을 수행하는 움직임을 주목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탈서구 주체'로 명명하고, 그들의 행보를 서구 중심의 자본주의 주류 음악 산업을 비판하는 대안적 실천으로 해석하죠. 음악이 원래 있던 곳을 떠나 다른 데로 들어가 다양하게 활용되는 요즈음, 한국과 세계의 '월드뮤직' 풍경 한 편에 존재하는 '옛 질서'가 변화하는 현장을 보고 싶은 분들은 당장 이 논문을 클릭해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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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ineteenth-Century Music Review, Volume 19, Special Issu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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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RODUCTION
RESEARCH ARTICLES
Peter Pesic
Composing the Crisis: From Mesmer's Harmonica to Charcot's Tam-tam
Mark A. Pottinger
Lucia and the Auscultation of Disease in Mid-Nineteenth-Century France
Julia Kursell
'False Relations': Hermann von Helmholtz's Study of Music and the Delineation of Nineteenth-Century Physiology
C♯'s PICK
📌 Peter Pesic
Composing the Crisis: From Mesmer's Harmonica to Charcot's Tam-tam
📌 Anonymous French cartoon, Mr. Mesmer’s tub, 1780s. Courtesy Wellcome Library, Lond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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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smerize'라는 영어 단어를 아시나요? '넋을 빼고 완전히 홀릴 정도로 매혹시키다'라는 강렬한 감정적 의미를 담고 있는 동사입니다. 이 논문은 바로 이 단어를 탄생시킨 역사 속 한 인물, 프란츠 안톤 메스머Franz Anton Mesmer, 1734-1815의 이야기로 출발합니다. 독일 출신의 의사였던 메스머는 자신만의 독특한 의술을 펼치며 독일, 오스트리아 지역을 넘어 파리로 진출하면서 19세기 전환기 유럽의 셀럽 반열에 오릅니다😎. 근대적인 의료 기술이 발전하기 전, 인간의 신체에 생긴 이상 징후들을 치료하는 것은 오늘날 상상하기 힘든 방법을 사용하기도 했어요. 메스머의 의술 행위 역시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있었는데요. 그 중 하나가 바로 '동물자기론'animal magnetism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체에 우리가 알 수 없는 신비한 액체가 흐르고 그 흐름에 이상이 생기면 병이 된다는 이론이었습니다🧐. 메스머를 찾아온 환자들은 유체를 처리한 물이 담긴 통 주변에 둘러앉아 이 물에 연결된 쇠막대기가 자신이 아픈 부위에 닿게 했습니다(위 사진 참조). 이 과정에서 많은 환자들이 격렬한 발작을 일으키고 정신 착란을 보였는데, 메스머는 '위기'라고 부른 이 과정에서 특별한 음악 소리를 들려주었습니다🎵. 바로 글래스하모니카의 소리였죠. 메스머는 남달리 음악을 사랑한 의사였습니다. 그의 글래스하모니카 연주는 레오폴트 모차르트의 편지에도 인용될 정도였지요. 아들 모차르트 역시 글래스하모니카를 위한 작품들을 남겼죠.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광란의 아리아'에 등장하는 유명한 플루트 솔로가 원래 작곡가의 초안에서는 글래스하모니카였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오늘날 주류 악기에 편입되지 못했지만 현실의 공간이 아닌, 다른 차원의 소리를 들려주는 듯한 글래스하모니카의 독특한 마력, 메스머의 혼을 빼놓는 의술 퍼포먼스, 그리고 그의 후계자들이 새롭게 의술에 사용한 악기들. 의학의 역사 속에 숨어있는 소리의 세계가 궁금하신가요? 그렇다면 이번 Nineteenth-Century Music Review는 "19세기의 음악, 의학, 신체"를 주제로 한 특집호로 구성되어 있으니 한 번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 Wolfgang A. Mozart - Adagion und Rondo für Glasharmonika, Flöte, Oboe, Viola, Violoncello, KV 6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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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Perception, Volume 39, Issue 4
Sunday Ofuani
Can the Intended Messages of Mismatched Lexical Tone in Igbo Music Be Understood? A Test for Listeners’ Perception of the Matched Versus Mismatched Compositions
C♯'s PICK
재즈 좋아하시나요? 전 무지 좋아해서 많이 듣기도 하지만 연주하는 것도 좋아합니다. 너무 좋으니까 흉내만 내는 건데 가끔 어떤 연주는 즉흥 연주인 걸 알면서도 악보를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전설적인 재즈 음악가의 연주는 악보로 출판되는 경우도 많아 고등학교 때 빌 에반스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 in Wonderland 악보를 구입했는데... 과장 조금 보태면 그렇게 복잡한 리듬은 난생 처음 봤습니다😲. 무슨 20세기 작품인 줄? 생각해 보면 당연합니다. 빌 에반스 특유의 '스윙'을 어떻게 기보하겠어요.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코코란과 동료들이 진행한 실험을 통해 확인됩니다. 결론만 이야기하면 '스윙' 같은, 정말 음악적인 요소는 기보될 수 없다는 것. 복잡하고 상세하게 사보된 즉흥 연주가 스윙감을 향상시키는 데 딱히 도움이 되지는 않았다는군요. 결국 중요한 건 "익숙하지 않은 정보를 해독하고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주장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궁금하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그나저나 에반스의 즉흥 연주를 악보로 옮겨 연주한다는 발상 자체가 웃긴 일 같지만 오늘날 협주곡 카덴차 대부분 이와 같은 방식으로 연주된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그렇게 이상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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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insong and Medieval Music, Volume 31, Issue 1
C♯'s PICK
서양음악사를 공부하는 분들이라면, 서양음악의 시발점이 되는 매우 중요한 음악사적 사건인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해 잘 아실 겁니다. 여섯 명의 학자들이 공저한 이 논문은 '그레고리오 성가' 이전에 있었던 혹은 공존했던 다양한 전례 성가에 대해 다루는데요💁. 이 논문의 선행연구 격인 케네스 레비의 연구는 프랑코-로마, 올드 히스패닉, 올드 베네벤탕, 밀라노 등지에서 현존하던 기존의 모든 성가들이 갈리아 전통에서 유래됐음을 확인했습니다. 이후 이 논문의 저자들은 24개의 프랑코-로마 레스폰소리를 분석해서 프랑코-로마와 올드 히스패닉 성가 사이의 특정한 공통점을 찾아냅니다🔍. 이는 두 성가 선율의 연결에 있어서 유사성만으로 충분해 보이지만, 전체적인 선율의 윤곽과 멜리스마의 밀도 면에서도 그렇습니다. 또한 논문의 저자들은 그 선율들에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코-로마 성가와 올드 히스패닉 성가 사이에 레퍼토리 교환을 용이하게 한 특정 공통점을 발견하는데요🕵🏻♀️. 바로 가사 붙이기 전략과 종지의 윤곽이 그런 점들입니다. 그레고리오 성가에 대한 보다 밀도 높은 이해가 필요한 분들이라면 한 번 읽어보셔도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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