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레터 제16호
- Twentieth-Century Music, Volume 19, Issue 1
- Music Theory Spectrum, Volume 44, Issue 1
- 19th-Century Music, Volum 45, Issue 3
- Resonance, Volum 3, Issue 1
-
Plainsong and Medieval Music, Volume 30,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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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 위의 바로크
라모의 오페라-발레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Les Indes galantes) 중 '평화로운 숲'(Forêts paisibles)을 처음 들은 건 민코프스키(Marc Minkovsky)와 '루브르의 음악가들'의 버전이었어요🎧. 민코프스키는 프랑스 발레와 오페라에서 춤, 합창, 아리아 등 여러 양식이 어우러져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디베르티스망' 장면의 음악인 이 곡을 기악 버전으로 편곡해서 〈상상교향곡〉*에 포함시켰거든요📀. 민코프스키의 버전에는 원곡과 달리 성악 듀엣과 합창이 빠지고 관현악 부분만 연주되는 데다가 온전히 기악만을 위한 음악으로 바뀌면서 춤을 추는 것은 불가능할 만큼 빠른 템포로 편곡됩니다.
라모의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은 고음악 지휘자 윌리엄 크리스티(William Christie)와 '레자르 플로리상'이 연주한 프로덕션이 지금까지 큰 인기를 끌고 있어요👏. 특히 워낙 유명한 이 디베르티스망 장면은 따로 발췌되어 유튜브에 올라와 있는데 이미 300만회 조회수를 넘긴 바 있죠👀.
그런데 최근 라모의 같은 작품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새로운 프로덕션이 제작되었더군요(파리국립오페라단). 특별히 눈에 띄는 것은 발레 무용수 대신 스트릿 댄서들이 춤을 춘다는 거예요. 박자에 맞춰 힘차게 발을 구르는 댄서들의 커다란 발소리가 또 하나의 타악기처럼 오케스트라와 함께 울리고, 여기에 크럼프, 락킹 같이 거친 춤 동작들이 어우러지면서 폭발적 에너지를 만들어 냅니다🤸♀️. 이 디베르티스망 장면에서 댄서들은 스트릿 댄스 계의 가장 중요한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댄스배틀'을 무대 위로 끌고 들어오는데요🤜 🤛. 가운데에서 배틀에 참여하는 댄서들,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댄서와 합창단의 리드믹한 몸짓은 이곳이 클래식 공연장의 무대인지 아니면 길거리인지 헷갈리게 만들어요🧐.
이렇듯 댄서와 듀엣, 합창단, 오케스트라가 만들어 내는 엄청난 역동성은, 마치 작정하고 '프랑스 오페라의 디베르티스망은 바로 이런 거다' 하고 그 현대적 본보기를 보여주려는 듯 장대한 광경을 이룹니다✨. 게다가 바로크 음악과 스트릿 댄스라는 무척 달라 보이는 두 장르가 생각 밖으로 너무 잘 어울려요. 라모의 음악이 서구인의 눈으로 바라본 터키, 페루, 페르시아, 북아메리카와 같은 이국적 나라들에 대한 인상을 서양음악어법 안에 담아 보려는 시도였다면, 프랑스국립오페라단의 버전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는 거죠. 바로크 음악과 스트릿 댄스라는, 서로 섞이기 어려워 보이는 이질적인 두 예술 장르가 각자의 고유함을 지키면서 동시에 한 무대 위에서 조화를 이루는 모습은 이 오페라에 담긴 주제적 한계까지 넘어서는 것처럼 보이거든요😲.
아래 영상을 눌러 파리국립오페라단의 무대를 감상해 보세요🤓. 또 오늘 C♯레터의 마지막 음악으로는 윌리엄 크리스티와 '레자르 플로리상'이 라모의 이 곡을 콘서트를 위한 버전으로 춤 없이 연주한 영상을 넣어봤어요. 연주가 훌륭한 데다 영상도 멋지고요. 무엇보다 라모의 이 곡은 듣고 들어도 자꾸만 듣고 싶어지는 음악이에요🥰.
*〈상상교향곡〉: 실제로 라모는 교향곡을 작곡하지 않았지만, 고음악 지휘자 민코프스키는 라모의 주요 발레와 오페라에 나오는 관현악 부분을 발췌해서 〈상상교향곡〉으로 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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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péra national de Paris - Jean-Philippe Rameau: Les Indes galantes: 'Forêts paisibl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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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wentieth-Century Music, Volume 19, Issu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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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We Were Never Posthuman': Technologies of the Embodied Voice in Pamela Z's Voci
Cintia Cristiá
(De)constructing Argentine Women: Gender, Nation, and Identity in 'Alfonsina y el mar'
Stephen Wilford
'Seeing' Music in Early Twentieth Century Colonial Algeria
Braxton Shelley
'Play the Rain Down': Prince, Paul Morton, and the Idea of Black Ecstasy
Gabriel Jones
'Irrational Nuances': Interpreting Stockhausen's Klavierstück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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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G. Douglas Barrett
'How We Were Never Posthuman': Technologies of the Embodied Voice in Pamela Z's Voci
최근 들어 여기저기서 '포스트휴먼'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인간과 기술 또는 기계의 융합으로 나타나는 미래의 인간상, 즉 지식과 기술의 사용에 있어서 현 인류보다 더 확장된 능력을 갖춘 존재를 일컫는 말로, 인간과 기계의 경계가 사라지는 현상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번 호의 C♯'s PICK으로 고른 이 논문은 우리가 포스트휴먼이었던 적이 있었나' 반문하면서, 미국 작곡가이자 연주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파멜라 Z(1956-)의 대규모 멀티미디어 작품 <Voci>(2003)를 분석하고 이에 대해 논합니다🧑🏻💻. 논문의 저자는 흑인이자 여성 아티스트인 그녀의 작업이 포스트휴먼의 기술적 비전을 긍정적으로 보여주기 보다, 오히려 포스트휴먼 개념을 양산하게 한 자유주의적 휴머니즘에 도전한다고 주장합니다. 논문에 따르면, Z는 스탠포드 언어학 연구원 존 보의 연구를 가져와 '목소리로 그 사람의 인종을 추론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이러한 '인종의 청각 차원'은 신체와 정체성, 사회적 성격으로부터 소리를 결코 분리할 수 없으며, 그러한 의미에서 한 세대 전의 구체음악 작곡가 피에르 셰퍼의 시도와 대조된다고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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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usic Theory Spectrum, Volume 44, Issu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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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aron Grant
Structure and Variable Formal Function in Schubert’s Three-Key Expositions
슈베르트의 소나타 형식을 분석하며 겪게 되는 어려움 중 하나는 제시부가 세 개의 조성을 갖는 경우입니다🤔. B♭장조 소나타(D. 960) 1악장이 좋은 예이지요. 이론가들 사이에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이러한 제시부는 종종 18세기 말의 '표준적'인 소나타 형식의 틀 안에서 해석됩니다. 그런데 아론 그랜트는 이러한 분석이 이론에 음악을 끼워 맞추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슈베르트 소나타 형식을 이해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먼저 슈베르트 작품 중 세 개의 조성을 갖는 33곡 중 제시부를 분석해 디테일한 분류 작업을 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Hepokoski/Dacry의 소나타 이론(2006)이 제시한 18세기 말 소나타 형식의 '원형'(prototype)을 수정해 세 개의 조성을 갖는 제시부 원형을 제안하죠💁. 그랜트의 새로운 모델을 바탕으로 다시 듣는 슈베르트는 어떤 소리가 날지 궁금하시다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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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th-Century Music, Volum 45, Issue 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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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lph P. Locke
The Exotic in Nineteenth-Century French Opera, Part 2: Plots, Characters, and Musical Devices
Dylan J. Principi
Critiquing Musical Ineffabilism: Rereading Kant’s 'Analytic of the Beautiful'
Hamish Robb
Marie Jaëll: Pioneer of Musical Embodiment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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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amish Robb
Marie Jaëll: Pioneer of Musical Embodiment Stu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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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pedia - 마리 자엘(Marie Jaëll, 1846-1925)
최근 철학, 심리학, 교육학, 인지 과학 뿐만 아니라 음악 이론 등의 분야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체화된 마음'(embodied mind)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인간의 뇌에서 일어나는 물리적인 현상들을 관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상을 뒤흔들기 시작한 것은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몸과 환경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발생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연구단에서도 정혜윤 선생님께서 이 분야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체화 인지 연구에 참여하고 계시지요. 어떠한 연구가 주목을 받게 되면, 자연스럽게 그것의 역사적 기원에도 관심이 가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호의 C♯’s PICK으로 고른 논문은 오늘날의 체화된 인지 연구와 맞닿아있는 생각을 보여주었던 마리 자엘의 생각을 다룬 글입니다. 19세기 후반 파리를 중심으로 활약했던 비르투오조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였던 그녀는 생애 후반에 피아노와 관련된 교수법, 이론 저작물들을 남겼는데요📚. 그녀가 남긴 글들은 피아니스트의 육체가 정신적 활동과 공명하고 있는 지점들, 이상적 소리에 대한 의지가 피아니스트의 움직임, 내면적 듣기, 사고 과정과 맺고 있는 관계들을 드러냅니다💁. 19세기 후반 여성에 대한 선입견을 뚫고 역사 속에 흔적을 남긴 그녀의 생각은 백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오늘날의 철학자들, 마음 연구가들의 생각과 만나게 되었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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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onance, Volum 3, Issu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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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en S. Weiss
On the Limits of Representation: Ryōan-ji, Ryoanji, Where R = Ryoanji: ...in memory of Daniel Charles...
Asa Young
Altered States of Consciousness Induced by Exogenous Audio Signals: Toward a Better Understanding of the Oscillatory Correlates of Consciousness
ORIGINAL RESEARCH
Ningning Huang
"And I Shall Hear, Though Soft You Tread Above Me": The Racialized Queer Migrations of "Danny Boy"
Michael Palmese
The World Ear Project (1970–87): Soundscapes, Politics, and the Genesis of Acoustic Ecolo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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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chael Palmese
The World Ear Project (1970–87): Soundscapes, Politics, and the Genesis of Acoustic Ecology
여러분은 일상에서 환경을 지켜내기 위해 어떤 작은 실천을 하고 계시나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의 위기 속에서 환경 문제의 심각성이 전 세계적으로 대두되었는데요⤴️. 최근 기후 위기와 환경오염에 맞서 지구 환경을 지켜내자는 목소리에 국제 사회가 반응하면서 국가나 기업, 사회, 개인의 차원에서 크고 작은 실천적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어요🏞. 이러한 움직임은 소리 환경에 대한 인식 변화와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데요. 그렇다면 인간과 환경에 대한 생태학적 인식과 환경보존을 위한 새로운 노력들이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이 논문의 저자는 그 시작을 1960년대와 70년대로 봅니다. 1970년부터 캘리포니아 버클리에서 시작한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 '세계 청각 프로젝트'(The World Ear Project)가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죠💁. 이 프로그램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인식해 보자는 취지로 "귀 기울여 환경의 소리를 들어보자"고 제안하였고, 라디오 청취자들이 세계 곳곳의 환경에서 비롯한 사운드스케이프를 꾸준히 녹음하여 제공하면 그것을 라디오 방송에서 소개하는 방식의 프로젝트였습니다. 저자가 보기에 이 프로젝트가 그 모체인 머레이 쉐퍼의 음향 생태학(acoustic ecology)의 관점을 '대중의 차원'으로 확산하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죠. 논문에서 저자는 방송을 통해 누적된 소리 데이터와 스크립트, 아카이빙 자료들을 분석하고, 이를 창작의 실천으로 옮긴 작곡가의 활동을 검토하면서 당시의 새롭고 힙한 사고가 소리 환경과 생태학에 대한 사람들 관심과 이해를 어떻게 재형성해 가는지 밝힙니다🧑🏻💻. 청취자들이 이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고 듣기의 실천을 이어가면서 소리 환경에 대한 인식을 확장해 가는 과정이 궁금하다면 이 논문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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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lainsong and Medieval Music, Volume 30, Issue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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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ri Jacob
Chevalier mult estes guariz and the 'Pre-chansonnier' Vernacular Lyric
멜론 샹소니에르(Mellon Chansonnier)라는 말을 음악사 시간에 배워본 적이 있나요? 중세 시대의 유명한 작곡가, 그러니까 오케겜, 뒤파이 같은 작곡가들의 노래를 모아 놓은 필사본이어서 꼼꼼하거나 아니면 진도 나가는 데 문제가 없는 음악사 선생님들은 가끔 이야기하는 노래책이에요📖. '멜론' 이라는 이름은 이 책을 예일대학교에 기증한 사람, 폴 멜론(Paul Mellon)의 이름을 따른 것이고 샹소니에르는 중세 시대 노래를 모아 놓은 필사본이나 인쇄본 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연구가 된 중요한 샹소니에르는 주로 13세기나 14세기에 만들어진 것이었어요. 멜론 샹소니에르는 심지어 1470년 경에 만들어진 것이었구요. 이 논문의 저자는 이보다 훨씬 더 이른 시기에 만들어진 샹소니에르 즉 12세기에 만들어진 샹소니에르를 연구합니다🧑🏻💻. 그중에서도 'Chevalier mult estes guariz'(기사들이여 당신들은 아주 잘 보호받고 있소)라는 노래를 중점적으로 살펴보구요. 이 노래는 제2차 십자군 전쟁 때 기사를 모집하기 위한 광고 노래로 알려져 있는데요🎠, 이 논문에서는 이 주제뿐만 아니라 작곡가가 누군지 다시 한 번 검토하고, 필사본의 상태, 이 노래와 샹소니에르가 만들어진 배경 등을 꼼꼼히 살핍니다🔍. 혹시 기사들이 말 타고 다니며 노래하던, 저 말도 안 될 것 같은 옛날이야기, 그리고 그 말도 안 될 것 같은 이야기들을 연구하는 더 말도 안 되는 것 같은 이야기에 관심 있다면, 슬쩍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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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s Arts Florissants - Jean-Philippe Rameau: Les Indes galantes: 'Forêts paisi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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