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참 이상해요. 전 일상의 균형 있는 리듬을 유지하려고 부단히도 노력하는 사람이거든요. 일단 리듬이 깨지면 그 여파가 몸으로 와서 그러지 않을 수가 없어요. 몸이 아프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든데 원래 리듬을 다시 찾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런데 오늘 아침 출근길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지루하다..’ 안정적인 흐름, 예측가능한 미래, 규칙적인 리듬... 같은 걸 향해 움직여 왔는데, 근데 또 반복적이기만 한 것은 참을 수 없단 말이죠. 한 치 앞도 모르는 불안 속에 사는 건 고통스럽지만, 그렇다고 삶이 안정적이기만 할 수는 없을 거예요. 아무래도 좀 지루한 걸 보니 무언가 새 자극이 필요한 걸지도요. 콧바람이나 쐬고 올까 봐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이 ‘베토벤 교향곡 10번’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그러나 베토벤의 탄생 250주년이 지난 21세기에, 베토벤의 10번 교향곡이 정말로 완성되었습니다. 인공지능 기술과 음악학의 협업으로, 베토벤이 남긴 스케치를 인공지능에게 학습시킨 뒤 하나의 작품으로 도출한 것입니다. 이 프로젝트는 “베토벤 X”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어, 2021년에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이 ‘정말’ 베토벤의 것일까요? 인공지능이 열어 놓은 논의의 장에서 우리는 ‘작가’, ‘작품’, 그리고 ‘진품성’이라는 오랜 개념들이 해체되고 있는 지점을 엿볼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