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르는 음악, 미끄러지는 시간
• 한 음악, 딴 생각
• 인공지능과 "현명하게" 공존하기
• 남과 북, 그리고 대중음악

• 국제학술대회 발표자를 모집합니다 📣

Ⓒ Husky Music, Inc

다층적인 시간의 구조가 음악의 서사와 만난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베아트 푸러Beat Furrer의 작품, 두 대의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NUUN》은 이 질문에 대한 흥미로운 음악적 응답입니다. 시간의 흐름과 멈춤을 동시에 다루는 이 작품은 제목부터 이중적인 의미를 품고 있습니다. 《NUUN》이라는 제목은 독일어 ‘nun’지금을 뜻합니다. 이것은 음악적 순간을 끊임없이 발전하는 현재로 인식하게 만들며, 그 순간을 고정된 상태로 느끼기보다는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경험하도록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요. 동시에, 《NUUN》은 신화 속 여신 ‘Nu’의 이름에서 비롯된 회문구조로, 시간을 멈추고 반복하는 신화적 시간을 상징합니다. 푸러는 이러한 이중적 시간성을 통해 음악적 서사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끊임없는 변화와 멈춤 사이의 역동성을 탐구합니다. 논문의 저자는 알멘Byron Almén의 음악 서사 이론을 바탕으로, 푸러가 시간의 흐름과 멈춤, 반복의 변화를 어떻게 음악적으로 재현하는지 분석하며, 선형적 시간과 비선형적 시간이 그 음악 속에서 신화적 순환과 서사적 교차를 이루는 방식을 설득력 있게 논증합니다. 현대음악의 시간성에 대한 광범위한 담론 속에서, 푸러의 작품을 다루는 이 글은 우리에게 시간의 본질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열어줄 수 있을까요?

Lasse Lehtonen, Sibelius in Japan: Cultural Domestication and Images of Sameness

Ⓒ CJ ENM

현재 우리의 가장 가까이에 있으면서 우리 사회를 가장 강력하게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인공지능’AI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어 “만약에”라는 전제하에 던졌던 과거 질문들의 일부가 현재 큰 어려움 없이 실현되고 있기 때문일 테지요. 논문은 대중음악 그룹 거북이의 ‘완전체’ 공연을 하나의 사례로 삼아, 인공지능의 기술이 현재 어디까지 어떻게 구현되는지 분석하고 그 의미를 탐색합니다.

2020년 Mnet은 이미 고인이 된 거북이의 리더 터틀맨임성훈을 무대에서 홀로그램으로 구현한 AI 음악 프로젝트 〈다시 한번〉을 방송했는데요, 저자는 이 사건에 주목하면서 먼저 수용자의 입장을 검토합니다. 즉 그는, 1️⃣ 터틀맨의 생전 목소리와 놀라울 정도로 실제로 유사하지만 아주 살짝 섞인 기계음과 같은 “미세한 흠결”이 오히려 감상에 있어서 인공지능에 대한 경계와 두려움을 줄이며 감동과 경탄을 보내게 하는 요인이라 분석합니다. 또한, 2️⃣ 이 프로그램의 전반부에 공연 제작과 준비 과정을 보여주는데, 이 역시 기술로 재현된 가상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현실로 착각할 위험을 감소시키면서 실재와 구분하게 하는 명확한 장치로 작용한다고 봅니다. 마지막으로 3️⃣ 거북이의 ‘완전체’ 공연 이후 제시되는 인터뷰에 대해서도 저자는 시간적인 거리를 두면서 가상과 실재가 혼재했던 공연에 대해 돌아보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 의미를 부여합니다. 이 논문은 “제어 가능한”이라는 전제를 달고 있긴 하나, 어찌 됐든 인공지능이 공연 문화의 현장에서 “혜택”으로 활용 가능함을 주장합니다.

저자의 의견에 전반적으로 동의합니다만, 동시에 여러 윤리적 문제에 대해 검토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게 되는데요, 한때 故 신해철, 김현식, 유재하 등 일찍 세상을 떠난 많은 스타들의 생전 모습과 목소리가 무대에서 실제처럼 재현되는 공연이 유행했던 적이 있습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로 복원된 공연은 고인에 대한 추모와 고인의 ‘잊힐 권리’ 사이 어디쯤 있는 걸까요? 인공지능이 “혜택”이 되기 위해서는 여전히 개개인의 깊은 사유와 공동체의 활발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