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악논단, 47집 (특집호)
- Sound Studies, Volume 8,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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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Music Review, Volume 41, Issue 1
- Popular Music and Society, Volume 45, Issue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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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경주에 다녀왔어요🚗. 몇년 전에도 가본 적이 있지만, 하필이면 몸이 좋지 않아서 첨성대 앞 황리단길의 한 카페에서 죽치고 앉아있던 기억 밖에 나지 않아요😔. 그 후로 경주에 대한 아쉬움이 내내 남아 있었는데 드디어 몇 년만에 다시 가게 된 거예요. 요 몇일 전부터 장마가 시작된다고 해서 조금 걱정했는데, 여행하는 동안 경주는 뜨거운 햇볕으로 가득했어요🌞.
이번 경주 여행길에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곰출판, 2021)와 함께했어요. 기차 안에서, 잠깐 들른 카페 안에서, 잠자리에 들기 전 시간날 때 읽으려고 가져간 책. 지난해 1인 출판사인 곰출판에서 나온 책인데, 별다른 홍보 없이 입소문만으로 베스트셀러에 올랐대요😮. 책을 좀 느리게 읽는 편인데, 생각보다 금방 끝냈어요. 재미있었고, 무엇보다 최근 저에게도 중요한 화두를 다루고 있었거든요.
과학전문기자인 저자는 맞서기 어려운 것 앞에서도 절대 물러서지 않고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나간, 한편으로는 바보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까지 들게 만드는 비합리적 집념을 가진 한 분류학자의 삶을 추적해 들어갑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또 다른 이름 '혼돈'에 맞서 싸워 '질서'를 끝내 붙들려한 한 과학자의 이야기, 경계가 없는 자연에 끊임없이 선을 긋고, 나아가 그 선을 바탕으로 자연계에 어떤 계층적 질서가 있다고 진정으로 믿었던 분류학자의 이야기, 종국에는 그 질서에 반하는 것을 '악'으로 규정해 모조리 없애버리는 것을 자신의 임무로 생각한 우생학자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모두 한 사람, 데이비드 스타 조던의 이야기입니다🤭.
좀 드라마틱하고 극단적이까지 하긴 하지만, 데이비드의 삶의 모습이 우리와 아주 먼 것은 아닙니다. 데이비드가 지켜내야만 한다고 고집스럽게 믿은 그 자연의 '질서'는 실제로 너무나 당연하게 보여서 그것이 '진짜 자연'인 양 우리를 헷갈리게 만들거든요🤦. 우리는 그렇게 스스로 만들어 낸 인간적 자연을 진짜 자연인 것처럼 착각하곤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관습, 억겁의 시간 동안 전해내려 온 전통과 역사, 삶의 규범, 도덕과 가치, 심지어는 과학적 진실까지도 사실은 우리가 세계를 이해하기 위해 편의상 자연에 선을 그어 만들어낸 인간적 자연, 곧 '제2의 자연'인지 몰라요.
음악가들의 일이 데이비드의 일과 다를까요? (물론 여기서 말하는 '데이비드의 일'이란, 도덕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세계를 이해하려는 차원에서 생물을 체계적으로 분류해 보려고 한 분류학자로서의 작업을 말하는 겁니다.) 음악을 만드는 일은 자연의 소리에 질서를 부여하는 일과도 같습니다🧐. 물리적으로 흘러가는 (경계 없는) 시간을 일정한 박으로 인위적으로 분할하는 것에서 음악이 시작되거든요. 그러니 우리들의 음악적 활동이란 소리를 통해 자연을, 그리고 이 세계를 이해해 보려는 일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여기서 헷갈리면 안 됩니다. 음악은 음악일 뿐, 자연이 아니라는 점을요. '혼돈'뿐인 진짜 자연에는 없는 아름다운 '질서'를 음악 안에서 발견하고 기쁨을 감출 수 없더라도, 음악의 그 질서는 언제든 무너지고 다시 만들어질 수 있어요. 음악의 질서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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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논문
계희승
"베토벤 계속 들어야 해?": 영화 《헌트》의 수사적 질문에 대한 음악학자의 변(辯)
김경화
소리와 젠더: 소리, 음악, 문화 관행과 담론의 젠더화
권송택
프랑스 바로크 음악의 '좋은 취향'과 '혼합 취향': 지역적, 정치적, 세대적 갈등
정의경
슈만의 소리적 상상력: '분노의 날'을 통한 《괴테 파우스트의 장면들》 '성당 장면'의 소리 층위 변화
최정은
사운드 아트를 소리 나게 하기: 포스트매체 조건에서의 동시대 사운드 아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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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이은, 정경영, 정혜윤, 이상욱
소리 세대(sonic generation): 엔텔레키, 테크놀로지, 감성의 공동체
한양대학교 음악연구소는 일찍이 '소리 연구'라는 신생학문에 주목하여 소리 연구의 다양한 주제와 영역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우리 C♯레터 구독자분들이라면 이미 알고 계실 텐데요?☺️ 그동안 연구원들은 소리가 사회적 계급과 계층성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젠더 관념이 소리를 통해 어떻게 드러나는지 등을 연구해 왔는데요. 그 결실인 여섯 편의 논문이 이번 『음악논단』에 실렸습니다👏. 그중에서 C♯레터가 선택한 논문은 바로 네 명의 학자가 공동으로 작성한 이 논문입니다. 이 연구는 세대 현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 그동안 간과되어 온 '소리'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시각적 차원과 마찬가지로 청각적 차원인 소리 역시 다양한 세대 현상을 이해하는 중요한 단면을 드러낸다는 것을 주장하죠💁. 이를 위해 이 논문은 세대 담론에 있어서 기념비적 역할을 하는 만하임 이론을 검토하고 이를 청각적 차원에 적용한 후 소리연구가 세대 담론과 맞닿아 있는 구체적인 사례들을 살펴봅니다👀. '엔텔레키', '테크놀로지, '감성의 공동체'와 같은 흥미로운 키워드들로 소리의 세대적 정체성을 탐구한 이 논문, 함께 보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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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논문
나주리
베토벤 《9번 교향곡》 피날레 악장의 푸가. 그 작법과 의미와 기능
김현주
19세기 여성 피아노 비르투오소들의 전략: 마리 플레옐과 클라라 슈만
이미배
슈만 그리고 상호매체성의 이슈들 (3): 《다채로운 소품들》(Bunte Blütter, Op. 99)에서 나타나는 시각매체 '아라베스크'와 음악의 상호매체성
조현리
음악적 거짓말: 바그너와 모차르트의 경우
김수진
1920-1960년대 한국에 온 흑인 음악가를 향한 인종, 장르, 정치의 경합
손민경
VR 청취의 명과 암: 미국 LA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VR 프로젝트(2015)를 중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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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여성 피아노 비르투오소들의 전략: 마리 플레옐과 클라라 슈만
여성 음악가에 대한 비평적 담론은 종종 음악학자 수젠 큐직(Suzanne Cusick)이 지적한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백인 남성 음악가를 '표준'으로 전제하는 순간 여성 음악가는 '그래, 넌 예외적으로 끼워 줄게' 혹은 '거봐, 넌 우리만큼 못 하잖아' 둘 중 하나로 나뉜다는 겁니다. 어느 쪽도 바람직하지 않죠😕. 문제는 이 '캐치-22'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것. 지난 30년간 큐직을 비롯한 많은 음악학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대안을 제시했지만 가슴 뛰는 연구는 생각처럼 많지 않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음악학자 김현주 박사의 논문은 여성 피아노 비르투오소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백인 남성 연주자에 필적하는 '예외적' 면모에 집중하는 대신 여성 비르투오소 고유의 소리에 귀 기울입니다👂🏻. 특히 1차 문헌에 기반한 클라라의 전략에 관한 논의는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아직 수전 맥클러리(Susan McClary)의 1991년 논의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끼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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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ound Studies, Volume 8, Issu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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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und and the City: Rethinking Spatial Epistemologies with Urban Sound Maps
'라떼는 말이야'에 해당하는 이야기로 시작해볼까 합니다. 과거에 지도는 여행의 필수품이었죠🗺. 지도를 펼쳐놓고 어디를 구경갈지 동선을 짜는 것은 여행 계획에서도 가장 설레는 일이었어요. 요즘은 어떤가요? 모바일 기기의 지도 어플을 켜고 여러분이 가고 싶은 곳들은 빼곡히 별표시를 하고 계신가요?🌟 지도 어플 사용자들이 매긴 평점이 여러분들이 가고 싶은 곳을 정할 때 영향을 미치지는 않나요? 여전히 우리는 지도를 사용하지만 매체의 변화는, 다시 말해 오늘날 디지털 지도의 등장은 공간(space)/장소(place)에 대한 우리의 개념을 바꾸었습니다. 한 걸음 더 가서, 이 지도에다가 '소리'를 입힌다면 어떤 지도가 만들어질까요? 이 논문은 도시 소리 지도(urban sound map)의 문제를 다룹니다🔘. 소리 지도는 소리가 오늘날 도시의 공간/장소를 이해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어떤 사용자가 어떤 공간에서 들리는 소리를 녹음하고 그것을 지도의 특정 지점과 연결시키면 지도는 이 지도를 사용하는 이들 사이의 사회적 장소로 탈바꿈하죠. 이 지도 속에서 물리적/가상적, 먼/가까운, 사적/공적 등의 이분법 사이의 경계는 희미해집니다. 물론 이 소리 지도 속에서 관찰되는 새로운 인식들은 오늘날의 과학기술의 산물일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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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ntemporary Music Review, Volume 41, Issu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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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ORGE CRUMB: Style, Idea, and Performance Practice
INTRODUCTION
Yati Durant
A Personal Musical Introduction to George Crumb
ARTICLES
Robert C. Cook
Heterospecific Song and Ecological Politics: Whale Song and Crumb's Vox Balaenae
Kristina L. Knowles
Metric Ambiguity and Rhythmic Gesture in the Works of George Crumb
Abigail Shupe
George Crumb's Black Angels and the Vietnam War
Marilyn Nonken
Performance Practices: David Burge, Robert Miller, and the Makrokosmos
Philippe Lalitte
Temporality and Texture in the Performance of George Crumb’s Music for a Summer Eve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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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bert C. Cook
Heterospecific Song and Ecological Politics: Whale Song and Crumb's Vox Balaenae
'고래가 목소리를 낸다', '고래가 노래를 한다'고 말한다면, 이 말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논문의 저자는 이 질문을 던지며 인류가 고래의 소리에 어떻게 반응했는지 주목하고 있어요. 저자에 따르면 고래의 발성을 묘사할 때 '목소리' 혹은 '노래'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편의성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인류가 고래를 어떻게 바라봤는지에 대한 역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죠. 이를테면 고래가 지능이 있고, 생각을 표현할 줄 아는 생명체로 여겼다는 것, 고래가 어떤 노래를 부르는지 알고 싶고,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의지와 열망이 '고래의 노래'라는 표현에 투영되었다는 것입니다🎶. 이 논문은 생태음악학(Ecomusicology)의 입장에서 조지 크럼(George Crumb)의 음악 《고래의 목소리》(Vox Balaenae)를 분석하는데요. 저자는 이 음악이 고래와 인간의 목소리 사이에 메울 수 없는 간극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며 생태학적 근거와 다양한 분석 예를 제공하고 있어요🌍. 저자의 논의가 궁금하다면 이 연구를 살펴보는 것을 추천드려요. 덧붙어 Contemporary Music Review의 이번 호는 조지 크럼 음악 특집으로 꾸며졌다는 것도 살짝 알려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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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nsemble intercontemporain - George Crumb, Vox Balaena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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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opular Music and Society, Volume 45, Issue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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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ers Reuter
Who let the DAWs Out? The Digital in a New Generation of the Digital Audio Workstation
Pedro A. Mendes
Music and the Performance of Aspiration: The Case of Os Monstros in Late Colonial Lourenço Marques, Mozambique
Ian Trowell
Moving Target: Mythopoeia and Meaning in a British Music Embl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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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nders Reuter
Who let the DAWs Out?
The Digital in a New Generation of the Digital Audio Workstation
소리/음악을 만들어 내는 주체는 누구일까요? '당연히 인간이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리/음악이 만들어지는 풍경을 자세히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이제는 많은 전자 기기들이 '알아서' 연주하고 있으니까요⚙️. 인간과 기계가 대등한 위치에서 상호작용하며 소리/음악을 구성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논문은 이러한 '디지털화' 과정의 한 측면이 엿보이는 최근 대중음악계 작곡 관습을 들여다봅니다. 디지털 오디오 워크스테이션(DAW)을 활용하는 힙합과 EDM의 사례를 통해서요. 어떻게 이 장르들이 전통적인 스튜디오의 합주 관습이 아닌, 루프 재생 원리와 컴퓨터의 논리에 따라 만들어지는지, 그 의미는 무엇인지 풀이합니다🖥. 인간과 기계가 함께 빚어내는 음악 풍경에 관심이 있는 분들, 당장 논문을 클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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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llectif9 - Debussy, Suite Bergamasque: 'Clair de lu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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