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가 발렌타인데이였잖아요. 그날 박노해 시인의 ‘발렌타인데이’를 읽었어요. 마지막 연을 읽는데 숨이 턱 막히더라고요. 너무 강렬했어요. 언어의 고요한 파괴력에 바사삭 갈려지는 것 같았어요. 삶이 ‘고통의 유희’란 걸, 머리론 알겠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더라구요. 또 제겐 ‘붉은 사랑의 힘’도 없고, 무엇보다 전 ‘고결한 영혼’도 아니에요. 이 강렬한 시는 문득, 제게 ‘받아들임’을 생각하게 합니다. ‘검은 생의 쓰라림을 껴안는’ 용기를, 그 풍만하고 담대한 받아들임을.

전쟁과 경쟁의 세계 속에서

우리 삶은 고통의 유희이니

붉은 사랑의 힘으로

검은 생의 쓰라림을 껴안는

고결한 영혼에게 축복 있으라

박노해, ‘발렌타인데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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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격변의 유럽에서, 프랑크푸르트학파의 대표적인 철학자로 이름을 알린 테오도어 아도르노Theodor W. Adorno, 1903-1969는 음악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철학자입니다. 직접 작곡도 했던 아도르노는 예술이란 모름지기 현실 세계의 고통을 왜곡하거나 기만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고 믿었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아도르노는 당대 아방가르드 음악에서 예술의 미래를 기대했는데요. 예술을 통해 현실의 모순과 고통을 드러내기를 희망했던 아도르노. 그의 음악에는 어떤 철학이 흐르고 있는지 감상해 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