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체와 환경 사이의 관계에 대한 학문인 생태학ecology과 음악에 관한 총체적 연구인 음악학musicology이 만난 생태음악학ecomusicology은 어떤 학문일까요? 최근 유행하고 있는 그야말로 '신생' 학문이라 할 수 있는데요, 저자에 따르면 그로브 음악 사전에 “장소,” “소리 연구,” “사운드스케이프” 등의 항목과 함께 2013년에 처음 등재되었다고 합니다. 저자는 미국음악학회에서 만들어져 통용되어 온 이 개념이 국내 음악학계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지는데요, 질문에 답하기 위해 음악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두 명의 음악가와 두 명의 음악학자와 포커스 그룹 인터뷰를 진행한 다음, 이를 통해 수집된 데이터를 정량적 연구 소프트웨어인 NVIVO를 사용해 분석합니다. 결과는 매우 흥미롭습니다. '생태와 음악 또는 음악학을 어떻게 연관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생태를 음악 작품의 창작 재료로 인식하는 것, 생태음악을 통해 성찰하며 치유하는 것” 등의 답변이 나왔습니다. 음악을 통해 인간과 환경의 관계를 비판적으로 성찰하는 단계로는 아직 나아가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논문에서는 이를 두고 실제 생태음악학의 개념은 사전적 정의에 비해 보다 예술적인 측면이 강조된 것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진단합니다. 이 논문은 생태음악학이 국내에서 그것도 특히 음악 실제와 연구의 현장에서 어떻게 통용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습니다. 선선한 날씨만큼 성큼 다가온 가을을 맞으며, 이 논문과 함께 나를 둘러싸고 있는 소리와 음악, 환경과 생태 전반을 아울러 곰곰이 생각에 빠져보시기를 추천합니다.

Casey Hale, “A not admitting of the wound”: Reflections on a Microtonal Setting of Emily Dickinson

이 글의 저자 케이시 해일Casey Hale은 2023년 여섯 곡을 담은 디지털 미니 앨범 〈부드러운 목수〉Tender Carpenter를 발표했습니다. 이 논문은 작곡가 겸 연주자로 참여한 이 앨범에 대한 작가 자신의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첫 번째 트랙을 클릭해 보니, 꽤나 익숙한 일렉 기타의 소리가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게 들립니다. 마치 음과 음 사이를 떠다니는 듯한 붕 뜬 기분이랄까요. 해일은 이 앨범에서 한 옥타브를 19개로 나누어 미분음 조율을 한 일렉 기타를 사용했습니다. 곧이어 전자 음향과 필터링을 잔뜩 입힌 해일의 음성이 귀에 들어옵니다. 그리고 곧 해일의 변조된 목소리에서 19세기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가 흘러나오기 시작합니다. “상처를 받아들이지 않기. 그 상처가 너무 커져서, 내 삶의 전부가 그 안에 들어갈 때까지.” 실험적인 사운드로만 들렸던 해일의 음악은 디킨슨의 언어를 통해 비로소 상처와 관련된 해일 자신의 이야기가 되기 시작합니다. 그는 중년이 되어 바이섹슈얼로 커밍아웃을 한 자신의 개인사를 독특한 기타/목소리 조율, 그리고 이것을 퀴어 정체성과도 연결시키죠. 과거 순정율과 관련되었던 ‘순수,’ ‘자연’의 담론을 가져와서, 모호함을 향하고 있는 기타/목소리의 조율 행위를 퀴어적 제스쳐로 규정합니다.

이제 5년째를 맞는 캘리포니아 대학교 출판부의 비교적 신생 저널인 “Resonance: The Journal of Sound and Culture”에는 학술 논문뿐만 아니라 해일의 글과 같은 다양한 글을 싣고 있습니다. 이 글은 이 저널의 특별 시리즈인 “소리 예술의 퀴어 정치학과 위치 짓기”의 일부로 출판되었습니다.   

Vicky Ho, This City Needs Street Music: Practices, Experiences, and Meanings in the Busking Scene of Hong Kong

거리 공연busking은 세계 도시 소리 풍경의 한 편에 자리 잡고 있는 흥미로운 정경입니다. 가수busker는 거리에서 일상적으로 노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살펴보면, 사람들과 늘 상호작용하는 가운데 선곡을 하고 있습니다. 이 점을 주목하며 논문은 버스커가 어떻게 도시의 사회적 환경 속에서 음악적 실천을 하는지 살펴봅니다. 세계에서 가장 분주할 홍콩의 사례를 통해서요. 그러면서 저자는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버스킹 프로그램에 여러 유형의 노래가 복잡하게 섞여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는 홍콩의 현지 감수성입니다. 홍콩에서는 광둥어로 불리는 대중음악인 ‘칸토팝’canto pop이 향유되고 있습니다. 이 음악에서 비중은 작지만 메시지는 어느 것보다 분명한 스타일은 2017년 민주화 운동 이후 좌절감을 담아내는 노래일 것입니다. 버스커는 경우에 따라 이러한 곡을 프로그램에 포함시키며 시민들을 위로합니다. 다른 하나는 관객의 취향. 다수의 행인들은 ‘히트곡’을 선호하겠지요. 거리 음악인은 관객의 분위기를 봐서 미리 짠 프로그램을 바꾸기도 합니다. 또 다른 하나는 버스커의 개인성입니다. 자신의 삶 혹은 본인의 기량을 드러내는 곡을 프로그램에서 빼놓을 수 없습니다. 게다가 이 노래를 많은 경우, 직접 편곡해 라이브 반주에 맞춰 부릅니다. 홍콩의 사례를 보니, 역동적인 도시 소리풍경의 조각은 가수가 주변 환경에 적극 반응하며 빚어내는 버스킹 신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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