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가영

바흐와 그의 음악: 근대를 다시 생각하다

나주리

빈 고전주의 시대의 시민계급 여성 음악가: 요세파 바바라 아우언함머의 경우

김서희

베토벤의 《현악 4중주 Op. 18, No. 1》 1악장 판본 연구에 대한 비판적 고찰

허영한

안익태와 부다페스트

정희원, 송세라, 안소영

고전주의 소나타형식의 발전부에서 나타나는 거짓재현의 다양한 양상들

소나타 형식.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한 번쯤 들어 보셨을 겁니다. 18세기 말 기준, 교과서적인 소나타 형식은 비교적 명확한 제시부와 발전부, 재현부가 있고, 제시부는 (대개) 두 개의 주제를 갖습니다. 소나타 형식의 묘미라면 역시 시작 조성에서 이탈한 제시부의 두 번째 주제. 발전부에서 갈 데까지 간 조성적 탈선은 재현부에 이르러 시작한 곳으로 복귀하고, 두 번째 주제까지 조성적으로 ‘해결’되고 나면 한 편의 드라마가 완성됩니다. 간단해 보입니다. 실제로도 쓰기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 쓰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작곡가의 역량과 창의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형식이기도 합니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이 세 사람만 해도 각자의 방식으로 청자와 ‘밀당’을 했으니까요. 밀당이라뇨. 어떻게 했냐고요? 궁금하신 분들에게 정희원, 송세라, 안소영의 연구를 권합니다. 이 연구의 핵심은 이른바 ‘거짓재현’. 아직 발전부가 한창인데 갑자기 재현부가 시작됩니다. 혹은 재현부가 시작했다고 착각하고 있을 바로 그 순간. ‘속았지?’라며 미소 짓는 작곡가의 모습이 훤합니다. 이제 우리가 화답할 차례입니다.

이은진

일제강점기 경성방송국 서양음악프로그램을 통해 본 당대의 음악적 인식

허지연

한국 근대 바이올린계의 형성 과정 연구

박선영

시대성과 역사성의 산물(産物)로서의 나운영의 교향곡- 《제1번》 ‘Korean War’를 중심으로

장유정

폐허에도 노래 있어: 도미도레코드의 개관과 발매 작품

김희선

냉전기 ‘민족예술’을 둘러싼 전유와 경합: 1964년 <삼천리 가무단>, <국립국악원>, <아리랑 가무단>의 해외공연을 중심으로

김성혜

처용무의 역사 도시 울산인가, 경주인가?

손민정

음악 지식의 새로운 흐름 분석: Grove Music Online을 중심으로

『음악과 현실』의 이번 호에는 학술지 이름에 매우 잘 부합하는 논문들이 실렸습니다. 20세기 초 서양음악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한국 바이올린계가 어떻게 형성되었는가를 추적하는 연구를 비롯해, 1세대 작곡가인 나운영의 교향곡 작품에 대한 논문, 1950-60년대 한국의 음반계 및 공연계에 관한 연구와 함께 음악학자의 바이블이라 할 수 있는 그로브 사전의 최근 항목 분석까지, 그야말로 음악을 둘러싼 실제와 현실에 관한 흥미로운 주제의 연구들입니다. 그중에서 제가 PICK한 이 논문은 일제강점기 라디오 음악방송의 레퍼토리를 서양음악에 초점을 맞추어 일제 당국의 방송 정책이 변화하는 시기별로 분석합니다. 그 결과 논문은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습니다. 1️⃣ 1933년부터 1937년까지 초기에는 중세부터 현대음악까지 클래식 음악의 다양한 레퍼토리만이 아니라 유행가와 재즈, 영화음악 등 대중음악도 다양하게 편성되었다는 점, 그러나 2️⃣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전쟁 후기에는 서양 클래식 음악을 방송했던 프로그램들이 프로파간다로 활용되는 예가 많아지면서 당시 그나마 잘 알려져 있던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등의 레퍼토리 위주로 방송 프로그램이 편성되었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정전'(canon) 개념이 이 시기에 이미 형성되기 시작했음을 확인합니다. 이 논문은 일반적으로 인기 있고 선호되는 음악의 레퍼토리가 단순히 당시 사람들의 '취향'에 의거한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특정 시공간의 조건과 상황에 따라, 정치적 논리와 정책에 의해 얼마든지 인공적으로 형성될 수 있음을 지적하는 것이지요. 여러분이 좋아하는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익숙해서 좋아지기 시작한 거라면… 한국음악도, 비서구의 민속음악도, 21세기 현대음악도 같은 경로로 좋아지지 않을까요? 선선해지기 쉬운 요즘, 논문을 읽으며 한 번 생각해 볼 일입니다.

이미배, 대중적 클래식 음악가의 탄생: 1970-90년대 대중매체를 통해 드러난 테너 신영조의 활동 연구

테너 신영조 선생님을 기억하시나요? 한국을 대표하던 성악가였던 선생님께서는 작년에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19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전 세계를 휩쓸고 다녔던 파바로티, 도밍고, 카레라스를 일컬어서 쓰리 테너(Three Tenors)라고 불렀던 것처럼, 어떤 이들은 신영조 선생님을 엄정행, 박인수 선생님과 함께 ‘한국의 쓰리 테너’라고 부르기도 했죠. 이런 별명이 붙을 정도였으면 과거 이분들의 인기는 상당했었던 것 같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잘 모르는 이들도 이분들의 이름만큼은 알 정도로요. 저도 신영조 선생님께서 출연하는 음악회는 가 본 적이 없지만, 어린 시절 TV 속에서 선생님의 맑고 단단한 목소리로 한국 가곡을 노래하시는 모습을 봤던 것 같아요. 이 논문은 신영조 선생님이 남긴 기록들을 추적하는 논문입니다. 어떤 분들은 논문의 제목을 보고, 한 성악가가 한국의 3대 테너가 되기까지의 성공 스토리를 상상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하지만 이 논문은 선생님이 남긴 기록들을 통해 우리 사회가 ‘클래식 음악’을 어떻게 상상했는지, 그 속에서 한국 가곡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더 나아가서 클래식 음악과 대중음악의 관계가 어떤 구도로 형성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다시 말해 신영조 선생님의 기록들은 1970년대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30여 년의 기간 동안 대중 매체가 어떠한 방식으로 클래식 음악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었는지를 관찰하게 해주는 소중한 역사적 자료였던 셈입니다.

📝 editor's note

마침 이번달 10일, 테너 신영조의 추모음악회가 열립니다. 여기를 눌러 확인해 보세요.

📌 테너 신영조가 부르는 《산노을》

5·18 민주화운동이 오페라와 뮤지컬로 되살아난다면 우리는 어떤 감정과 질문을 마주하게 될까요? 이 논문은 오페라 《박하사탕》과 뮤지컬 《광주》가 음악과 극을 결합해 어떻게 그 시대의 고통과 희망을 전달하는지 분석합니다. 두 작품이 음악과 극의 조합을 통해 역사적 사건을 어떻게 재구성하며, 관객들에게 그 시절의 고통과 연대감을 전달하는지 세밀하게 다루고요. 특히 알라이다 아스만의 문화적 기억 이론을 바탕으로, 개인의 파편화된 기억을 공동체의 문화적 기억으로 승화되는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문화적 기억이 과도하게 미화되거나, 다양한 집단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왜곡될 가능성은 없을까요? 이 논문은 이러한 비판적 성찰도 함께 떠오르게 합니다. 예술이 역사를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전달하는지에 관심이 있다면, 이 논문은 그 답을 찾아가는 흥미로운 길잡이가 되어줄 겁니다.

📌 뮤지컬 《광주》 '님을 위한 행진곡' 뮤직비디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