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1세기가 된 지도 한참이 지난 현재, 현대음악이 현대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아직도 어떤 영향을 주는지조차도 의문이 드는 작금의 시점에 세계적으로 명성을 쌓고 있는 작곡가가 있습니다. 진은숙(1961- ), 그의 작품에 대한 반가운 논문이 나와 소개합니다. 논문의 저자는 진은숙을 장르적 측면에서 ‘19세기까지 서양음악의 전통’보다 ‘새로운 양식의 음악 창작’에 더 비중을 두는 작곡가라 소개하는데요, 양적으로 봤을 때 전체 작품 목록 45곡 중 10곡 정도만 과거의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라고 이유를 밝히고 있습니다. 진은숙 작곡가가 주로 협주곡과 연습곡, 오페라 같은 전통적 장르에서 호평을 받았기에, 분명 이들 장르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논문의 연구 대상인 진은숙의 《피아노 연습곡》은 ‘연주회용 연습곡’ 성격을 갖습니다. 논문의 저자는 그중 제5번 〈토카타〉를 분석함으로써 ‘끊임없는 운동성’이라는 토카타 장르의 원래적 의미를 진은숙 작곡가가 어떠한 요소를 어떻게 사용하여 풀어나가는지 상세히 설명합니다. 저자에 따르면, 〈토카타〉에서 리듬, 박자, 복합박자 등의 시간적 요소는 부단한 운동성을 생산하기 위한 주요 추동력이고, 아티큘레이션이나 다이내믹 등은 부차적 역할을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카타’ 장르의 특성뿐 아니라, 다채롭게 빛나는 음색이야말로 진은숙 음악의 주요 특성이라는 것을 저자가 잊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지난 7월 4일 예술의전당 기획공연 ‘최수열의 밤 9시 즈음에’에서 TIMF앙상블의 연주로 진은숙의 작품이 연주된 바 있습니다. 잦은 비로 젖어 드는 한여름 밤, 현대음악은 지루하다는 편견을 깨고 들을 때마다 신선함을 주는 진은숙 작곡가의 작품을 들으면서 논문을 읽어보시는 건 어떨까요?

Ayden Adler, The Boston Pops: An American Institution and Its European Roots

얼마 전에 한 지방자치단체의 오케스트라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날 화제의 대부분은 “어떻게 클래시컬 오케스트라가 대중에게 사랑받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답은 내리지 못했어요. K팝을 오케스트라로 연주한다고 무조건 오케스트라 대중화가 되는 것일까, 아무리 진지한 레퍼토리의 오케스트라 음악회라고 하더라도 ‘11시 콘서트’나 ‘퇴근길 콘서트’처럼 공연의 시간, 공간만 바꿔도 대중화의 가능성이 보이는 것 아닐까, 이런 이야기들을 나눴죠. 그러다가 이번 호 Journal of Musicology에 실린 이 논문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보스턴 팝스 오케스트라에 대한 이 글을 읽는다고 위에서 물었던 질문에 대한 뾰족한 답이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케스트라’라는 이름의 무겁고, 진지하고, 보수적 음악 기관이 실력 있는 상주 단원들을 유지하려고, 역설적으로 ‘대중’ 음악회를 만들기 시작했다는 점이나, 그 대중 음악회의 내용과 형식이 오히려 유럽의 전통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을 아는 것은 흥미롭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음악회를 미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음악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던 지휘자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대중적 오케스트라를 만들기 위한 장인적 노력이라고나 할까요?

Ⓒ Boston Symphony Orchestra

Kai Arne Hansen, Tyler Bickford

Negotiating Girlhood in Rock Music: Nandi Bushell, Prodigy Discourse and Adult Mentor-Fans

Tom Wagner

‘With All Praise to Your Exalted Frequencies, Consider Me Your Friend’: Listening, Technology and Musicking in the Church of Scientology

Samuel Robles

Los sentimientos del alma: Cultural Dialogue and the Multiple Origins of Panamanian típico

특유의 음악이 깃드는 중남미 파나마의 춤은 이 나라 여름의 온도 만큼이나 뜨겁습니다. 그것은 다양한 문화의 동작과 만나면서 역동적으로 빚어져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고유의 열정을 뿜어내고 있지요. 논문은 이 점을 주목하고 파나마의 대표적인 춤인 ‘티피코’(típico)가 어떠한 문화의 춤의 영향 아래 형성되었는지 살펴봅니다. 파나마가 처했던 역사적 배경에 주목하면서요. 티피코는 아코디언이 중심이 되는 소규모 밴드의 음악에 맞춰 행해지는 파나마의 대중 춤입니다. 이는 오래전 파나마에 들어온 유럽의 왈츠 및 폴카와 주변 카리브해 연안의 춤 위에서 등장했습니다. 파나마가 거듭나야 했던 20세기 격변의 시기에서 말입니다. 이는 파나마가 콜롬비아에서 1903년 독립한 뒤, 미국의 정치적 개입에서 벗어나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자 한 때였습니다. 이러한 바람 속에서 파나마 사람들은 스스로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상징적 춤음악으로 티피코를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이를 즐기며 변함없이 하나되지요. 티피코는 20세기에 주권을 찾아 새롭게 일어나고, 오늘날 스스로를 유지하기 위한 파나마 사람들 몸짓의 소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 La Pren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