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음악 좋아하시나요? 음악학술 뉴스레터 편집자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지만, 전 잘 모르겠습니다. 물론 좋지요. 좋아요. 그런데 헷갈리기도 합니다. ‘정말 좋은가?’ 좋아하던 것이 일이 되면 누구에게나 생길 법한 평범한 일인가요? 그렇지만 ‘문제’이기도 합니다. 잘하고 싶다면요. 잘하려면 계속 해야 하고, 좋아하지 않으면 계속 하기 어려우니까요. 이런 문제에 관해 누군가는 잘하려는 마음을 내려두라고 말합니다. 또 다른 누군가는 그 마음이 없으면 앞으로 나아갈 추동력을 잃을 것이고 결국 성취하지 못할 거라고 말해요.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균형을 찾아야겠지요.

Martijn Mulder, Erik Hitters

여러분은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 보셨나요? 콘서트에 가는 것만으로 신나고 흥분되는 일인데, 좋아하는 가수면 더더욱 신나겠죠. 음원으로 들을 때에는 느낄 수 없었던 그 ‘무언가’가 만만치 않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가면서 콘서트에 가는 이유가 될 것 같아요. 이 논문은 바로 그 ‘무언가’에 대한 논문입니다. 지금까지 라이브 음악의 청중들에 대한 연구는 꽤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들 청중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콘서트가 끝나고 나서 ‘관객 만족도 설문조사’ 같은 방식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런 조사가 얼마나 관객들 개개인의 경험을 반영하는지에 대한 회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구요. 또 한편으로 라이브 음악의 관객 경험 연구는 대부분 클래식 음악 공연에 국한해 연구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대중음악 공연에 가보신 분들이라면 그것이 얼마나 클래식 음악 공연과는 다른지, 관객과 아티스트의 상호 작용이 어떤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직관적으로 알 수 있을 겁니다. 논문의 저자들은 이 두 가지를 문제 삼아, 대중음악 콘서트 청중들의 경험을 보다 섬세하게 측정할 수 있는 연구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것은 공연 전, 공연이 진행되면서, 그리고 공연이 끝나고 나서, 이렇게 세 단계에 걸쳐 관객들이 경험하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죠. 이를 위해 저자들은 양적 연구를 위한 설문지를 사용하는 것은 물론, 공연 중에 이들의 행위를 관찰하기도 하고, 끝나고 나서는 한 시간가량 인터뷰도 합니다. 이런 새로운 방법을 통해 논문의 저자들은 대중음악 콘서트에서 개인이 경험하는 바를 좀 더 세심하게 구성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Josephine Hoegaerts

소리연구자들의 상상력은 정말 상상을 초월합니다😊 Sound Studies 이번 호는 “Forensic Voices”라는 부제목을 달고 목소리 포렌식을 특집으로 하고 있죠. ‘포렌식’은 ‘범죄조사에 적용하는 과학적 방법과 기술’을 의미합니다. 자, ‘목소리를 가지고 범죄조사에 적용하는 과학적 방법과 기술’이라고 하면 어떤 것들이 떠오르시나요? 네, 맞습니다. 일단 목소리를 식별해 내는 기술이 떠오릅니다. 목소리에도 지문 같은 특징이 있다는 이야기 들어보셨죠? 바로 이번 특집호에서는 이러한 기술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언제 생겼는지, 왜 생겼는지와 같은 궁금증을 풀어냅니다. 또 목소리의 특성이 법적 증거물이 되기까지의 기나긴 여정도 살펴보죠. 뿐만 아닙니다. 목소리를 구별해 내는 기술의 발달과 그것을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기관들의 등장, 그리고 그들이 목소리를 ‘따내는’ 방법인 도청까지 다루고 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시리야(혹은 ‘헤이 구글,’ ‘빅스비’), 이 노래 제목 좀 알려줘”라고 핸드폰에 물어볼 때, 이때 사용되는 기술도 실은 목소리를 구별하는 그 기술이 발전한 것이라고 말하죠. 그러면서 기계들이 목소리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소리들을 구별해 내게 될 때 무슨 일이 생길까 걱정하기도 합니다. 어떤가요? 이 상상을 초월하는 상상력을 한번 엿보시겠어요?

우표를 기억하시나요? 지금은 라벨이 대신하고 있지만,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편지나 소포를 보내기 위해서 우표 뒤에 침을 발라 봉투에 붙여 보내곤 했지요. 우편요금 납부를 위한 보통우표가 일반적이나 간혹 독도우표나 올림픽 기념우표 등도 있었고, 심지어는 대통령 관련 기념우표를 발행하기도 했습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이 논문은 남아프리카 우표에 담긴 음악과 국가 정체성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1961년부터 2015년 사이 남아프리카에서 발행된 음악을 주제로 한 우표를 분석하는 것에서부터 연구를 시작하는데요, 우표는 국가가 발행하는 인공물로서 국가의 통치 이념을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나아가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민족주의 서사를 노출한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우 이러한 국가주의 서사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는 것이지요. 이를테면,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아파르트헤이트* 통치 기간(1950-1994) 중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우표는 이 정책을 발의한 정치적 인물을 모델로 삼는 등의 시도를 보여준 반면, 1994년 넬슨 만델라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아파르트헤이트가 폐지된 이후에는 민주주의 국가로서 새로운 국가 인식을 강조하는 디자인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아파르트헤이트 기간 동안 발행된 음악을 주제로 하는 우표들은 주로 ‘문화적’으로 간주되는 ‘하얀’ 유럽인과 ‘문화적이지 않음’으로 간주되는 흑인의 분명한 구별을 전달한다고 논문의 저자는 말합니다. 아프리카의 문화적 문물을 서구의 것과 결합시킨 ‘유로센트릭’ 장르를 그린 우표와 벤다족이나 코사족의 원시적인 음악 관행을 묘사한 우표의 대조를 통해서 말입니다. 논문은 ‘우표’라는 소박한 사물 안에 국가의 집단적 음악적 정체성이 복잡하게 작용하는 방식이 내재되어 있음을 강조하며 끝을 맺습니다. 저에게는 재미와 울림을 모두 주는 논문이었습니다.

* 아파르트헤이트: 백인우월주의에 근거한 극단적 인종차별 정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