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바깥 공기가 차가워졌습니다. 외출하기 전 창문을 빼꼼 열어 기온을 확인하고선 어제보다 두툼한 옷을 꺼냅니다. 겉옷을 단단히 여미고 나와 서울시 공공자전거를 타고 지하철역을 향해 달립니다. 여러 겹 포개어 걸친 옷 속 뜨끈한 살갗을 통과하는 바람이 시원한 계절입니다. 씨샵레터가 시작한 게 꼭 2년 전이니 그때도 이렇게 기분 좋은 공기를 맞고 있었겠지요. 어쩐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금방 추워질 거예요. 시원한 바람은 곧 매서워지겠죠. 그리고는 오늘을 잊을 겁니다. 그렇지만 이번엔 잊지 않아보려고요. 몇 날 없을 이 바람, 가득히 누리길 바라요.

Kyle Hutchinson

이 글은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1막에 나오는 피가로의 카바티나, ‘춤을 추고 싶으시다면’(Se vuol ballare)에 대한 한 연구자의 분석 노트입니다. 토픽 이론의 관점에서 이 곡은 전형적인 ‘미뉴엣’으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토픽 이론에서 미뉴엣은 고귀함, 우아함, 상류층 등을 의미하죠. 그런데 저자는 피가로의 카바티나가 18세기 후반 빈의 전형적인 미뉴엣의 원형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관찰합니다. 저자는 이 곡의 악구 구조, 하이퍼미터, 리듬 측면에서, 18세기 후반의 청취자들은 이 곡을 미뉴엣이 아닌, 콩트르당스(contredanse), 보통 사람들의 시골풍 춤곡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1722년부터 1799년 빈 궁정 자선 무도회에서 사용되었던 96개의 미뉴엣을 코퍼스(corpus) 삼아 일종의 데이터 분석을 시도하죠. 토픽 이론은 ‘음악이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집중해 왔습니다. 저자는 이제 그 질문을 ‘누가, 언제, 어디서 들었는가’에 맞추고 역사 속 청취자들의 듣기를 상상하고 있습니다.

💿 Le nozze di Figaro - “Se vuol ballare, signor Contino”

Elodie A. Roy

목소리는 누군가를 다른 이들과 가장 뚜렷하게 구별 짓는 청각적 요소 중 하나입니다. 인간의 정체성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지요. 가수들의 경우, 더욱 그러합니다. 이들은 독특한 발성으로 유일무이한 소리를 내려 하니까요. 자기만의 철학을 담아서. 잠깐만, 철학이라고요? 그렇습니다. 우리는 자신에 대한 단상부터 주변에 대한 성찰까지 다양한 생각들을 가창자의 말 ‘소리’에서 흥미롭게 들을 수 있습니다.

이 논문은 영국 출신의 트랜스젠더 여가수 아노니(Anohni)의 바이브레이션이 젠더에 대한 그의 생각을 어떻게 드러내는지 살펴봅니다. 발성 기술을 젠더적 수행을 위한 방법으로 보면서요. 아노니는 발라드부터 일렉트로닉까지 여러 장르를 두루 아우르며 개인으로도, ‘아노니와 존슨즈’ (Anohni and the Johnsons)의 리드 보컬로도 활동 중입니다. 2000년 이후부터 앨범을 발매해 왔는데 첫 번째 솔로 앨범 《Hopelessness》(2016)가 큰 호응을 얻었지요. 그러나 아노니의 퍼포먼스는 바이브레이션을 빼놓고 논할 수 없습니다. 참 독특하면서도 다양하니까요. 그 떨림을 통해 격앙된 정서가 때로는 절제된 채, 때로는 가감 없이 뿜어져 나온다고 할까요? 예컨대 ‘Drone Bomb Me’(2017)의 경우, 빠르게 진동하며 뭔가 긴장된 느낌을 주는 절묘한 음성을 곡 전반에서 접할 수 있습니다. 아노니는 말합니다. 이러한 발성이 둘로만 나눠져 있는 젠더와 목소리 간의 관습적 고리를 넘어서기 위한 몸짓이라고요. 젠더관(觀)과 목소리의 관계성이 궁금하신 분들께 이 논문을 추천합니다.

손민경

돌아보면 지난 10여 년간 음악과 음악 청취에서 정말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오늘도 아무렇지도 않게 노이즈 캔슬링 이어폰을 귀에 꽂고 유튜브 뮤직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들으며 출근했지만, 2010년 전에는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죠.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가 생겨나고 이어폰이나 헤드폰 기술이 발전하고, 또 스트리밍이라는 서비스가 등장해야 가능한 일이니까요. 오늘 제가 PICK한 논문은 과연 지난 10여 년 동안 우리의 음악 듣기에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하는 궁금증에 대한 글이었어요. 2011년에서 2022년까지, 성, 연령, 학력, 소득과 같은 변수가 음악 듣기와 관련된 행동에 변화를 일으켰을까 하는 것을 통계적으로 살피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음악 청취율, 음악 청취 시간, 스마트폰을 이용한 음악 청취율, 스트리밍을 이용한 음악 청취율 등을 따져 보고 있구요. 결과가 어떻냐구요?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들도 있습니다. 예컨대 모든 성별과 연령, 학력, 소득 변수에서 음악 청취율이 증가했다는 것 말이에요. 한편으로는 예상 못 한 결과들도 있었어요. 놀랍게도 하루에 음악을 듣는 시간은 늘어나지 않았다는군요. 또 2020년에 도달하면 10대보다 20대가 더 음악을 많이 듣고, 30대보다 40대나 50대가 더 음악을 많이 듣게 되었다고 하고요. 우리가 과연 어떻게 음악을 듣고 있는지 좀 제대로 한번 살펴보자, 이런 맘을 가지고 계셨다면 이 글로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Aaron Moorehouse

💿 Pacifica String Quartet - Elliott Carter: String Quartet No. 5